거대한 신, 한라산

제주 여행(1)

by 박현

제주 여행의 첫 번째 테마는 한라산이다.

한라산으로부터 시작되는 제주 여행은 남다르다. 한라산은 제주 그 자체이고, 제주의 모든 것이고, 제주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한라산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명승지를 탐방하는 것이다.


제주에 오면 어디서나 한라산을 볼 수 있다. 한라산의 공식 높이는 1947.269m이다.

한라산은 화산섬 제주를 만든 설문대 할망(설문대는 '아주 거대한 신'을 뜻한다)의 이야기와 그 속에 수많은 전설을 품고 있다. 지질학적으로는 순상화산으로 분류되는데 화산 폭발로 용암이 흘러 만들어져 풍화와 침식으로 이루어진 육지의 산과는 달리 산자락은 평평하고 가파르지 않다.


한라산에는 백록담을 비롯해서 영실기암, 선작지왓, 사라오름 등 네 곳의 명승지가 있다.

백록담은 흰 사슴이 내려와 물을 먹었다는 전설이 있다. 한라라는 말이 은하수를 잡아당긴다는 뜻인데, 분화구 속으로 별들이 쏟아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구상나무 숲을 지나 선작지왓에서 바람의 길을 따라 흘러가다.


제주도 서남쪽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면 움푹 파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곳이 영실('영실'은 신의 거처, 신선의 방이라는 뜻이다)이다. 영실은 길이가 짧아 여유롭게 명승지를 돌아볼 수 있는 최적의 등반코스다. 물론 정상의 화구호를 눈으로 보고 싶다면 성판악이나 관음사코스를 통해 오를 수 있지만 체력소모가 많다.


영실코스는 병풍바위를 거쳐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이어진다.

영실 입구에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발 아래 오름 군락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 영실기암이 보인다. 수백 개의 돌기둥이 치솟아 있는 모습이 마치 아라한의 모습과 같다 하여 오백나한이라고도 부른다. 까마귀들이 무리를 지어 영실의 절벽 끝을 날아다닌다.


정상 부근까지 오르다 보면 멋진 고사목이 고원의 풍광을 채운다.

그중에서도 구상나무 숲은 특별하다. 한라산은 세계 최대의 구상나무 군락지다. 영실에서도 구상나무를 볼 수 있고 그 꽃과 열매는 계절에 따라 색을 달리한다. 두 시간 남짓 선작지왓이라는 대평원에 도착한다. 백록담 화구벽을 앞에 두고 윗세오름과 방아오름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선작지왓은 봄에는 털진달래와 철쭉이 붉게 물들여지고 겨울에는 흰 눈 세상이다. 윗세족은오름에 올라서면 화구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웅장한 조망을 얻을 수 있다. 노루샘에서 간단히 목을 축이고 몇 걸음 더 가면 대피소에 도착한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해서 간단한 식사와 휴식을 취한다.

이곳에서 어리목과 남벽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시간이 좀 있다면 어리목으로 내려가 만세동산을 거쳐 하산할 수도 있고, 남벽으로 가는 길을 따라 방아오름 전망대까지 갈 수도 있다.


한라산에 올라 비로소 제주의 마음에 닿는다.


나는 여러 해 전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올랐다.

그때 처음 한라산 정상 코스를 다녀온 후 지금은 영실과 어리목을 통해 한라산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교래리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설레던 마음을 잊을 수 없다. 비로소 제주의 마음에 닿았던 그 순간이 그립다.



* 영실코스는 자차로 영실입구 주차장까지 가면 가장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제주버스터미널에서 중문단지까지 왕복하는 버스가 있다. 시간이 부족한 여행자라면 어리목 주차장에서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 어승생악도 추천한다.


* 한라산의 높이는 1,950m로 알려져 왔으나, 2016년 국립산림과학원의 정밀 측량 결과 1,947.269m로 공식 확인. 이 수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의 공식적인 해발 고도임.


* 윗세오름은 1100 고지 부근의 세오름(삼형제오름이라고도 함)에 비해 위쪽에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붉은오름, 누운오름, 족은오름을 함께 부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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