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시작노트

by 박현


이 시의 제목은 '축복'이다.

'축복'이란 하나님이 복을 내린다는 뜻으로 신의 존재를 전제하고 쓰는 말이다.

그 뜻을 생각해 보면 '감사' '기도'라는 말과 쓰임새가 같다.


지난겨울 나는 날마다 서귀포 바당길을 걸었다.

구두미에서 섶섬 앞을 지나 보목포구까지, 그리고 게우지코지를 지나 하효항까지.

세찬 바람이 불었고, 바다는 쓸쓸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이 축복이라는 것을 알았다.

서귀포 겨울 바다는 아침이면 두꺼운 구름이 낮게 깔리고 빛이 내린다.

바다 위를 날던 철새가 생이돌('생이'는 새를 뜻하는 제주어)에 앉아 날개를 편다.

이것이 축복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빛 내리는 서귀포 바다처럼

반쯤 잠긴 검은 돌에 앉아 온몸으로 빛을 받는 가마우지처럼

삶은 분명 누구에게나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축복



평평한 돌을 닮은 두꺼운 구름 사이

서귀포 바다에 내리는 빛

바다보다 작은 하늘 먼지들에 부딪힌

흰 살점들 부풀어 올라

푸른 바다 한쪽이 저문 듯 붉어진다

세상이 오기 전 태초의 빛은 아침이었을까

파도의 거품에 잠긴 새가

검은 날개를 펴고 빛을 받는다

구름이 낮게 깔릴수록 떠오르는 빛

쓸쓸한 겨울 바다를 축복하노니

부디 바다 깊은 속

어린 물고기 비늘에도 닿아 주기를

2024.12.10. 박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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