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의 꿈

시작노트

by 박현

보목마을에서 살면서 가끔씩 물질하는 해녀 삼춘들을 만난다.

아침부터 스쿠터를 타고 와서 물질 도구를 손질하고 테왁과 망사리를 챙겨 나서는 모습을 본다.

구두미 방파제 끝에서 섶섬을 바라보면,

일렁이는 푸른 물결 사이로 언제나 숨비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내가 거주하는 집 안끄레('본채'를 뜻하는 제주어)의 남매 분들과 식사를 하면서,

우연히 해녀의 삶을 사셨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영자 님은 1940년 서귀포 보목리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물질을 배우고 상군 해녀가 되기까지 섶섬 앞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사시다가 몇 해 전 먼 길을 떠나셨다고 하는데, 돌아가시기 전에는 평생 물질로 상처 난 발목 때문에 거동이 불편하셨다고 한다.


「해녀의 꿈」이라는 제목의 시는 해녀 어머니께 헌정하는 시다.

시에서 표현된 '두렁박에 담긴 꿈'은 끝까지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시는 어머니의 바람이고 사랑이다.

‘붉은 기운 돋는 바다‘와 '바닷속 숨비소리'가 시의 모티브가 되었다. 붉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배경으로 섶섬 뒤로 나가는 물때를 맞춰 물질하는 모습을 눈으로 그려보았다.





해녀의 꿈

한영자 님을 추억하는 시


아침마다 기운 돋는 붉은 바다

섶섬을 돌아 나가는 물때

그 울음소리에 맞춰

어머니 목소리를 듣습니다

푸른 바닷속 숨비소리

빛깔 고운 풀섶 누벼 다니실 때

두렁박에 담긴 꿈을 봅니다

미깡밭 귤낭 흰 꽃 필 때

두 손으로 매만지면

쑥대낭 속 바람도 부드러워졌지요

물속에 잠긴 두 발

물질 같은 삶의 물살을 헤쳐

발목에 남겨진 상처 동여매고는

이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속으로 읊조리고 손으로 쓴 말씀

잘 지내거라 미안하구나

당신의 환한 얼굴 그립습니다

마당 한 켠 천리향 꽃향기

어머니가 그립고 그립습니다


2025.1.14, 박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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