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3)
제주 여행의 세 번째 테마는 곶자왈이다.
중산간 지역을 다니다 보면 숲을 만난다. 숲을 걷다 보면 안개가 자욱하게 끼고 청명한 바람이 불기도 한다. 흐린 날 곶자왈을 걸으면 더 짙어진 숲의 내음에 푹 젖을 것 같다. 어느 여행자라도 곶자왈에 들어서면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곶자왈은 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흘러내리며 만들어낸 숲이다.
곶자왈은 숲과 덤불을 뜻하는 제주어이다.
곶자왈은 오름에서 뿜어져 나온 용암이 요철 모양의 독특한 지형을 만들고 그 위에 나무와 덩굴이 뒤섞여 자라면서 만들어졌다. 거친 돌무더기 땅에서 울창한 숲이 생겨난 것이다.
한마디로 오름이 남긴 신비스러운 지형이 곶자왈인 셈이다.
곶자왈의 크고 작은 암석들은 이끼나 양치식물로 덮여 있다. 처음부터 숲의 따뜻한 기운과 차가운 공기가 서로 부딪혀 보온과 보습 작용이 원활해 생물이 생존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곶자왈은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제주의 허파다.
곶자왈은 수많은 식물들이 살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공생한다.
온대와 난대가 공존하는 숲에서 나무는 볕이 드는 공간으로 줄기를 뻗고 덩굴식물은 나무의 기둥을 감고 올라선다. 울퉁불퉁한 용암 대지 위에 형성된 숲은 뒤섞임 그 자체로도 아름답기만 하다.
곶자왈은 독특한 지형 덕분에 지하수의 저장고 역할을 한다.
비가 내리면 빗물은 쉽게 빠지고 오랫동안 머금고 깨끗하게 걸러준다. 그런 이유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알맞게 조절해 주고 항상성을 유지해 줘 생물다양성을 키운다. 곶자왈은 묵묵히 언제나 사람에게 모든 걸 내주는 고마운 숲이다.
숲에서는 나무가 돌덩어리에 뿌리를 내리고, 그 뿌리에서 새로운 줄기가 생겨난다.
곶자왈을 걷다 보면 돌덩어리와 나무들이 엉겨 붙어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나무가 단단한 바위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처음엔 의아해 하지만 모든 것이 곶자왈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때죽나무, 참나무 같은 곶자왈의 나무들은 베어내면 그 자리에 새로운 줄기가 생겨난다. 이것을 '맹아'라고 하는데,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밑동까지 잘려나간 나무들이 다시 싹을 틔우는 모습은 경이롭기만 하다.
곶자왈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곶자왈은 한라산을 동서 가로축으로 중산간 지역에 분포한다.
동부 곶자왈은 조천과 구좌 지역, 서부는 한경과 대정 지역에 집중해 있다. 동백동산로 알려진 선흘곶자왈, 교래자연휴양림, 제주곶자왈도립공원과 환상숲곶자왈은 비교적 탐방하기 쉬운 곳이다.
데크나 인공시설물이 없는 원시 곶자왈은 청수, 무릉, 신평으로 이어지는 곶자왈 지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세 개의 곶자왈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근의 저지곶자왈, 산양곶자왈(산양큰엉곶) 일대에서는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고 백서향 군락지로도 알려져 있다.
곶자왈은 오름에 빚지고 있다. 오름이 곶자왈을 만들어 냈으니 당연할 것이다.
화순곶자왈은 쌍둥이 오름으로 불리는 대병악과 소병악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만들어낸 숲이다. 산책로 입구에서 아래로 산방산이 조망되고 사월이면 탱자나무가 흰 꽃을 피운다. 숲길을 산책하다가 한참을 머물러도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