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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프로 Oct 14. 2020

직장 8년 차의 커리어 사춘기

무슨 일 하세요?


누군가가 물으면 "OO 회사에 다녀요."라고 답하곤 했다. 대답하기 어렵지 않던 이 질문이 갑자기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11월, 스스로에게 1년간의 안식년을 주기로 하고 퇴사를 하면서였다.


직장 경력 8년 차라기엔 부끄럽게도, 내게는 명확한 커리어 정체성이 없었다. 친구들이 자신을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라고 소개할 때, 나는 내 커리어를 정의하는 단어를 찾지 못해 망설였다.


돌아보니 나는 내 "직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의 고민은 "어떤 업무"를 할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에 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동안 나는 여행을 통해서 사람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뭔가 여행회사의 미션같다;;)이 관심사였고, 이에 기여하는 일이라면 내 업무가 무엇이든 크게 개의치 않고 뛰어들었다. 지역관광마케팅 회사(I Love New York)에서는 마케팅 업무를, 컨설팅 회사에서는 관광개발 프로젝트 매니징 업무를, 에어비앤비에서는 호스트 모집과 교육 업무를 하면서 사람들이 보다 의미 있는 여행을 할 수 있게 도왔다.


덕분에 언제나 보람을 느끼며 일했지만, 열정만으로 일을 하던 신입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제공해야 하는 8년 차가 된 상황에서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만큼 "나는 무엇을 제공하는가" - 내 커리어의 정체성 - 를 확실히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커리어 밖의 삶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등 내 정체성을 먼저 확립한 후에, 이런 나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이 순서일 텐데. 나는 나를 알아가기도 전에 후자를 먼저 생각했다. 삶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고, 그 목표를 위해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도 있지만, 이것도 중심에 뚜렷한 내가 있을 때 더 큰 에너지가 나는 것 같다.


여러모로 "나"는 뚜렷하지 않은데 "이루고 싶은 것"과 "되고 싶은 것"이 넘쳐서였을까, 인생 32년 차, 직장생활 8년 차에 뒤늦은 사춘기(자아의식이 발달하고,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주체성이 확립되는 시기)가 왔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들을 처음부터 다시 던지고 답을 찾아 나섰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벽돌을 허물고 바닥부터 하나씩 다시 쌓아가는 기분이었다. 남들은 10대 20대에 이미 극복한 사춘기를 30대가 되어서 겪으려니 허물고 다시 쌓아야 할 벽돌이 더 많았다. 학생일 때처럼 천천히 탐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결혼까지 했으니). 늦었다는 심리적 압박도 있고, 처음부터 다시 커리어를 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튼튼하게 잘 쌓고 싶었다. 다시 허물어지지 않도록. 그리고 잊어버리지 않게 그 과정을 기록해두고 항상 꺼내보고 싶었다. 그래서 2017년 11월 퇴사를 기점으로 시작되어 회사에 복귀한 지금까지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나의 커리어 사춘기 극복과정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직장 8년 차의 커리어 사춘기 극복기 시작.(배경음악: 아이유 - 팔레트)


https://www.youtube.com/embed/d9IxdwEFk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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