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려고
진부한 얘기를 싫어하는 편이다. 남들이 다 하는 얘긴 별로 안 하고 싶어 하는 병이 있다. 사람들이 ‘엄마가 되어보니 어때?’라고 물을 때 나오는 단골 멘트, ‘Being a mom has been the most challenging, yet rewarding experience. (엄마가 된다는 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지만 동시에 가장 보람 있는 경험인 것 같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영혼이 담긴 대답이라기보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대답 같아 피했다.
그런데 테오와 함께 하다 보면 진부한 얘기 같아 감흥 없이 흘려들었던, 난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몸으로 진하게 체험될 때가 가끔 있다.
나는 너를 만나려고
냉정한 이야기지만 테오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스스로에게 ‘나는 (테오와 만나려고) 과거로 돌아가도 다시 앤써니와 결혼을 할까?’라는 물음을 조심스레 던져본 적이 있다. 당시 나의 대답은 굳이 그렇진 않다였다.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혹여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그와의 사이에 태어난 아기 역시 똑같이 소중할 것 같았다.
어제 테오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문득 그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내 안에 ‘나는 너를 만나려고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앤써니와 부부가 되었구나. 앤써니가 그때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라는 마음이 차올랐다. 그리고 나는 테오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앤써니와 다시 결혼을 하겠다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