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고민상담소
세상에서 가장 좋은 물건은 바로 신상품이라고 하는데, 쉽게 물건을 버리지 않는 것은 환경을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검소한 생활태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런데, 그 정도가 지나쳐서 모아두는 물건이 생활의 쾌적함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정도라면 너무 버리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된다.
송 과장의 컴퓨터는 항상 저장용량이 부족하다.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자료만이 아니라, 이메일로 오고 간 자잘한 자료까지 모두 저장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정리할까 싶어서 시도하였으나, “정말 삭제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 창은 그에게는 엄중한 경고처럼 보인다. 마치 “이것들을 지우고 난 후에 일어나는 모든 사태에 대해서 정말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는 것 같다. 그래, 좀 불편하더라도 모두 두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올 정도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두는 행동을 저장 강박행동이라고 한다. 저장 강박행동은 물건을 모아둔다는 점에서는 수집과 유사해 보인다. 독특한 수집 취미를 가진 사람은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가치 있어 보이지 않는 물건도 모아두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수집가와 다르게, 저장 강박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우유부단하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수집가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인지 선택하는 데 적극적이고 결단력을 보일 테지만, 저장 강박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이것이 앞으로 쓸모가 있을 것인지를 예측하고 결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나타낸다.
한편으로는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게으름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게으른 사람은 누군가 치워준다면 감사해하겠으나, 저장 강박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그 물건을 치우는 것을 원치 않으며, 잡동사니처럼 보이는 그 물건들을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마음의 안정감을 얻는다.
일반적으로, 강박적 행동은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막연하게 불안하거나 미래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걱정이 들고, 따라서 마음의 불편감을 감소시키고자 그 행동을 지속한다. 저장 행동도 마찬가지로, 그냥 가지고 있지 않고 물건을 버리게 되면 좋지 않은 일, 예컨대 그 일이 꼭 필요한데 없어서 상당히 불편하게 될 것 같다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한다. 자신의 행동이 비합리적이며 지나치다는 것을 인식할 수는 있지만, 행동을 변화시키기에는 불안하고 찜찜하다.
필요 없는 물건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주변 사람들이 버려야 한다고 조언하는데도 불구하고, 버리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면 다음의 3가지를 고려해보자.
1. 버릴 것과 보관할 것, 두 가지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분류해서 정돈해본다
극단적인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항상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마련이다. 버리지 않으면 저장하는 것, 단지 두 가지 대안을 놓고 하는 선택하는 것은 마치 0점 아니면 100점을 주는 것과 같다.
긴장감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물건을 단계적으로 구분해본다. 즉, 1부터 10점까지를 기준으로 해서 자주 사용하는 것은 10점, 1년에 한 번 정도 사용할 것 같은 물건은 1점을 준다. 그리고, 낮은 점수를 받은 물건부터 버리는 연습을 한다. 처음에는 1~2점을 준 물건부터 시작하고, 낮은 점수를 준 물건을 버리는 데에 익숙해지면 점차로 점수대를 높여간다.
2. 완벽한 결정이 아니라 최적의 결정을 추구하라
처음에는 1점을 주는 물건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물건이 1점일까 2점일까를 결정하는 것도 어려울 수도 있다. 저장 강박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완벽한 결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높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은 결정이라면 차라리 아무 결정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완벽한 결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완벽이 존재하지 않음을 수용하고, 그 상황에서 최적의 결정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속 완벽한 결정을 추구하고 있는 당신 주변을 돌아보라. 완벽한 모습을 추구하였으나, 모순되게도 지금처럼 잡동사니가 무절제하게 쌓여간다면 점차로 완벽하고 깔끔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될 것이다.
3. 예측하지 못한 상황의 결과를 과대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돌아본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중요도를 정하여 가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부터 버렸다고 가정하자. 문득 “이랬다가 만약에 이게 필요해지면 어떻게 하지? 이게 없어서 아쉬운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하는 염려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물건이나 대안은 항상 있다. 물건은 물건일 뿐이고, 그것이 상징하는 어떤 소중한 의미는 기억 속에 있는 것이지 그 물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 출처: Photo by Jilbert Ebrahimi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