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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무 Nov 03. 2023

깨지는 도전과 깨지지 않는 몰입

캠프파이어 7기 회고

3개월 전, 꽤나 긴장한 채로 캠프파이어 지원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담당심사역님이신 승희님과 오랫동안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던만큼 이번기회에 꼭 스프링캠프와 인연을 맺고 싶었습니다. 최종선발 메일을 받았을 때, 합격안내와 승희님께서 선발회의 중 저희 팀에 대해 하신 말씀이 같이 적혀 있었는데, 지금 다시봐도 정말 감사한 표현입니다.

2023년 6월 29일 오후 7시, 캠프파이어 최종선발 메일 


당시 저희는 캠프파이어가 절실했습니다. 창업을 시작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고, 창현님은 진작에 개인의 런웨이가 바닥나기 시작했습니다. 최소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사무실 근처의 음식점에서 낙곱새 포장알바를 시작했고, 수영장에서 장애아이를 돌보는 일일알바도 틈틈히 다녔습니다. 주 6일 일하면서 육체노동을 병행하다보니 피로가 쌓이고 전체적인 팀 분위기도 마냥 좋지는 않았던 날들이었습니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속도는 여전히 빨랐지만, 그만큼 실패를 확인하는 속도 또한 빨라 모두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사실 창업은 원래 그런 것입니다. 원래 안되고, 어렵고, 지치는게 창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맞고 틀린지는 결과론적으로만 알 수 있기 때문에 그저 계속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순간순간의 감정적 소모에 개의치 않는 편입니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기분 좋게 일하고, 힘든 날에는 힘들게 일하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있다면 결국 팀이 버티지 못해 계속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서비스의 실패와 가치관의 변화와 별개로 개인의 최소생활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함께 버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캠프파이어는 저희 팀이 온전히 창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던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캠프파이어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드리자면 초기 투자사 스프링캠프에서 주관하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으로 선발 즉시 1억원 투자와 함께 서울대입구역에 위치한 캠프파이어 오피스에 입주하여 약 3개월동안 진행됩니다. 기수마다 선발되는 팀과 프로그램 진행방식은 약간씩 다른데, 이번 7기에는 총 여섯 팀이 선발되었고, 각 팀별로 담당심사역의 일대일 밀착 지원을 받으며 2주마다 마일스톤 체크를 진행했습니다.


캠프파이어 7기가 특별했던 이유는 계약관리 SaaS 프릭스, 웹툰 그리는 AI 리얼드로우, 글로벌 인플루언서 커머스 픽셀, 건설현장 관리 솔루션 스퀘어제로, 감성 AI 서비스 피그말리온 등 뛰어난 역량과 성품의 팀들이 모였다는 점도 있지만, 이렇게나 다양한 영역의 팀들이 모두 ‘깨질준비’를 하기위해 캠프파이어에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레인님 말씀을 빌리자면 우리는 어떻게 잘 성장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어떻게 어려움에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익숙치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7기에는 단순히 자금, 사무공간 등 실질적 도움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다가올 사업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습관을 만들기 위한 규율이 있었습니다. 매일 10시 정시출근과 매주 3회의 운동인증, 그리고 수요일 아침마다 함께 진행하는 명상 등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투자자로서 갸웃할 수도 있고, 창업자로서 썩내키지 않을 수도 있는 요구입니다. 또 습관이라는 것은 단기적으로 노력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보니 행동 하나하나로부터 의미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3개월동안 우리가 지키고 만들어 가야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화가 단순히 누군가의 스치는 생각에서 나온게 아니라 스프링캠프를 거쳐간 수많은 창업자들의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캠프파이어가 진정 창업가를 위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긴 했는데… 워낙 예민한 저에게 생각을 비워내고 감각에 집중하는 위빳사나 명상만큼은 정말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매주 명상을 ASMR 급 나레이션으로 진행해주신 홍님께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지만, 어느순간부터는 눈감고 오전 회의준비를 했던 기억이 있네요.

깨질준비, 이번 캠프파이어 7기의 테마 


캠프파이어를 진행하는 동안 2주마다 마일스톤 체크가 있었습니다. 마일스톤 체크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팀별로 설정한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나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인데, 저희한테 2주는 경험대로 길고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찾아내고 실행하기에는 충분했지만, 시행착오를 곱씹고 새로운 시도의 의미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에는 짧았습니다. 특히 저희 팀의 경우 프로그램 기간동안 서비스 출시만 3번, 피봇만 6번 하다보니 마일스톤 체크 때마다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프링캠프 심사역분들께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지만, 아무래도 평가를 받고있는 입장이다보니 변화를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기가 조심스러웠던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캠프파이어 뿐만 아니라 모든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단점은 외부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에 있어서 좋은 외부평가를 받는 것은 자금을 끌어오고 인재를 영입하는데 있어서 당연히 중요하며, 대표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이자 역량입니다. 하지만 극초기 단계의 경우 좋은 평가를 받는 것과 본질적인 가치를 만드는 일 사이에는 거리가 있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처음부터 시장과 경쟁사를 세밀하게 분석하기보다 어쩌면 ‘안좋아보이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만들어 유저에게 물어보는 작업을 반복하는 저희 팀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직 PMF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팀을 얼라인시키는 가치와 외부적으로 설득에 필요한 방향을 분리하는 전략이 필요한데, 저는 그걸 잘 마련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옆에서 계속 지켜보신 승희님께서 정말 많이 도와주신만큼 정말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3개월 간의 캠프파이어 여정은 최종 IR 데이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초기 투자사 20곳을 초대하여 지금까지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두번째 순서로 IR을 마친 저는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사실 최종 IR 데이 3주 전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피봇을 감행하고, 시간적 여유가 없다보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밤을 새며 IR을 준비했습니다. 저희 팀에게 있어서 3주면 서비스가 출시되고도 남는시간이지만, 해당 서비스의 경우 내부 생산성이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에 인터널 툴을 먼저 만드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다보니 IR에서는 실질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의 실체는 없는 반면 사업의 스토리 또한 아직 견고하지 않아 처음 저희 팀을 접하는 분들께는 초신성이라는 하이퍼노바 팀명답게 모든 잠재력을 보여주지는 못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저희를 꾸준히 지켜봐주신 스프링캠프 사람들과 캠프파이어 팀들에게는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아 아쉬움을 뒤로할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 D2 공간에서 진행한 캠프파이어 IR 데이 


이번 캠프파이어를 통해 저희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팀이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은 더 높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대표로서 제게 단기간동안 주어진 결과만으로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을 정말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그것을 보완한다고 해서 사업을 더 잘해낼 대표는 더 더욱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저는 저대로 진정성 있는 목표와 진정성 있는 실행으로 꾸준히 증명해나가고자 합니다. 여전히 저희 팀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고, 여전히 조금은 어설프지만, 답을 찾아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스스로 확신이 있는 좋은 팀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제 캠프파이어 덕분에 백퍼센트 우리의 편에서 고민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만큼 울곧게 될 때까지 계속하기만 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캠프파이어 지원을 고민하는 창업자분들께 승희님께서 제게 해주신 말씀을 전하자면 캠프파이어는 절대 모든게 준비된 팀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사실 창업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도전하는만큼 깨지고, 깨지는만큼 더 몰입할 수 있다면, 창업의 여정에서 누구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캠프파이어는 서로 적극적으로 피드백하며 각각의 팀과 담당심사역이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스스로 무엇이 필요한지만 정확히 안다면 분명 그것을 얻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3개월 전 저희는 다음 단계의 성장을 이끌어줄 아이템, 같은 편에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관점, 그리고 깨지면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고, 3개월 후 모든 것을 얻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을 얻었으니 그 의미를 하나씩 증명해나갈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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