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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락 Jul 21. 2021

인생 별것 없다. 재미있게 살아라!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심플리뷰

8주간의 긴 여정이었다.


60대의 어머니들은 모임의 끝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친구의 권유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뭐 하는 건가 하는 호기심에 참석한 모임이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독서 모임은 다시 만날 걸 기약하며 그렇게 마무리됐다.


코로나 때문에 ZOOM으로 모일 수밖에 없었고 스마트기기를 다루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아 화면이 꺼져 있거나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모임이 시작됐는데 남편과 대화가 고스란히 들려와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모임 내내 천장을 비추기만 하는 분도 있었다.


스마트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탓에 몇 주의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분들은 삶에 있어서는 달랐다.


어머니들은 기기에 있어서는 미숙했지만 삶에 있어서는 갖은 파고를 넘어온 백전노장들이었다.

 

나는 그분들을 종종 "선배님들~~"하고 불렀다.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그것을 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지만 육십 해 넘어 인생을 살아오신 분들에 비하면 나의 지식과 경험은 초라할 뿐이었다.


무언가 배우러 오신 분들께 나는 숱하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어느 날 참석자 중 한 분이 환자복을 입고 화면에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독서 모임 인도자인 내가 당황할까 봐 별일 아니라며 차분히 얘기하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다만 오늘은 오디오를 꺼놓겠다며 양해를 구하던 선배님은 마지막 모임에 '극복'이란 단어를 남기셨다.


최종적인 모임 피드백을 부탁했더니 짧고 굵게 자신의 인생을 '극복'이라고 말씀하시며 앞으로도 피하지 않고 어려움이 오면 극복하며 살겠다고 다짐하셨다.


“선배님, 존경합니다!!"


또 다른 선배님은 "어제보다 나은 나!!"라는 피드백을 주셨다. 모임을 한주 한주 참석하다 보니 어제보다 나은 나를 발견하게 되셨단다.



“오늘은 어제보다 이만큼 나아졌으니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지겠죠?"


"왜 아니겠어요? 선배님! 분명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한 나를 발견하실 거예요." 이건 나의 코멘트.


우리는 '어제보다 나은 나'를 발견한 선배님께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간직하고 싶은 문장 베스트는 "인생 별것 없다. 재미있게 살아라!"였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이 문장을 인생 문장으로 꼽으셨다. 인생의 황혼 무렵을 지나고 있는 선배님들에게 '생동감'과 '호기심'의 불꽃을 다시 살리고 싶다는 바람이 강하게 느껴졌다.


누구나 가슴에 불씨 하나는 담고 살기 마련 아닌가! 살아보니 그리 급할 일도, 그렇게 애태우며 가슴 졸일 일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를 살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다 보니 "인생 별 것 없다. 재미있게 살아라!"는 문장이 가장 많은 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보통은 부정적 정서가 다가오면 피하려고 든다. 그것이 나를 압도해서 집어삼킬 것만 같은 두려움이 들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다만 그 반응이 지나쳐 일상생활이 제대로 안되면 그때는 문제가 된다.


선배님들 대부분이 그런 어려움을 겪었거나 그 과정을 거쳐가고 계셨다. 이전과 다른 점은 이번에는 우리가 함께 그것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8주간의 결코 짧지 않은 여정 가운데 단 한분도 모임을 포기하지 않고 모두가 마무리를 함께 했다.


때로 차 안에서 , 집의 베란다 한편에 서서, 집 밖을 산책하며, 병실에서, ZOOM 화면에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모습이 담겼다.


하루는 코로나로 학교 급식을 책임지는 사업을 하고 계신 선배님이 4차 대유행이 오자 살길이 막막해졌다며 울먹이셨다.


우리는 그 답답한 심정을 알기에 잠시 ZOOM 화면을 끄고 계신 그분께 격려의 소리 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때 우리는 어려움이란 함께 극복할 수 있는 것임을, 함께 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격려가 되는지를 배웠다.


지난 8주의 기간 동안 나는 어려움은 함께 헤쳐 나가는 것이고 기쁨은 함께 나누는 것이란 사실을 선배님들께 온전히 전수받았다.


어서 코로나가 끝나서 실제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은 선배님들의 마지막 코멘트였다.


"선배님들, 사랑합니다~ 함께 한 8주의 기간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습니다! 오늘도 지금 여기에서 재미난 삶을 살다가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그때까지 건강히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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