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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락 Jul 05. 2021

미 수상작으로 작품집에 실린 수필


"신춘문예 작품집을 마무리 중인데요. 선생님 작품이,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심사위원 추천으로 미 수상작으로 작품집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뜬금없는 메시지를 받았다. 수상작 발표가   한참 지나서 받은 연락이라 얼떨떨했다.  출판사에서 올해 처음 신춘문예 공모했는데 거기 수필을 한편 냈다. 내심 수상을 기대하고 조바심을 내며 발표 날을 기다렸는데 낙방하고 말았다.


그날은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데뷔하고 싶은 마음이 크긴 컸나 보다. 김칫국을 시원하게 들이마시고 한껏 마음이 부풀어 있었던 탓인지 결과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괜히 응모했다는 분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서둘러 공모전의 기억을 삭제했다가 오늘 아침 메시지로 그 기억을 되살렸다. 수상작 발표날 출판사는 유난히 시간을 끌었다. 결국 소설도, 수필도 대상 수상작은 없었다. 출판사도 어지간히 고민을 한 모양이다. 일단 대상 수상작이 없으니 작품집 분량은 줄어들었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내 글이 소환된 것이다.


비록 상은 못 받았지만 수상작이 실리는 작품집에는 내 글이 들어가게 됐다. 미 수상작! '미'라는 어감이 살갑게 다가온다. 아직 이르지 못한 '미생', 인생은 '미완성' 등의 말들이 입에서 맴돈다.


2014년에 방문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1882년에 착공했으니 14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완성 작품인 셈이다. 가우디 사망 100주기인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로 그마저도 불투명하게 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미완성 작품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 사망 이후에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을 향해 가고 있지만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을 것이다.


수상작이 아니라 아쉽지만 글이 작품집에 실려 독자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기쁘다. 바라기는 다만 한 사람이라도 글을 읽고 이 모진 세월을 견뎌 낼 힘을 얻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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