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희망

by 유일한


엄마의 말을 듣고서는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내 생각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 다시 노트에 적었다.


1. 내가 지금 겪는 이 순간이 영원하진 않을 것이고

2. 영원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분명히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

3. 우선 다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4. 학과 공부에 집중한다.


내가 만든 터널에서 나와 이제는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 봐야 할 때.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고, 바닥을 기고 있던 학점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외국인 유학생 도우미도 시작해서 장학금을 받아 썼다.

그리고 엄마가 나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는 정확히 8개월 뒤 조금 더 나은 환경으로 전셋집을 옮기게 되었다.


옮긴 집은 좋았다. 그전보다 말이다. 내 방에 도배되어 있는 하늘색 벽지가 너무나 좋았다.


“이 방은 우리 아들이 쓰던 방이거든요? 지금은 우리가 강남에 일이 있어서 잠시 옮긴 거니까 2년 동안 깨끗하게 써요. 2년 뒤에 다시 돌아올 거예요.”


엄마가 동사무소에 간 사이 주인집 아줌마와 그녀의 여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삿날 집에 찾아와 이야기를 늘어놨다.


“이 에어컨 호스는 사용 못 할 텐데? 이 장판 부분도 흠나지 않게 조심해서 사용해요.”


그들은 이삿짐센터 아저씨와 나에게 계속해서 깨끗하게 쓰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당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너무 서글픈 감정이 들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고, 그냥 엄마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줌마가 가고 나는 2년 뒤를 생각하며 집에 긁힌 부분이나 자국들을 사진 찍기 시작했다.

혹시나 2년 뒤, 우리 탓을 하며 우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날 밤은 너무도 편안히 잤다. 앞으로 몇 년 뒤에는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집에서 지내며 우리 세 가족은 조금씩 희망의 꽃을 심고 있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을까. 희망의 꽃씨를 품던 우리 가족 중 엄마의 한쪽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엄마, 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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