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사람 중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하면 되나?

by 유일한


이사 온 뒤 나의 무기력함은 어느 정도 나아졌고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실 내 건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스무 살에 만난 첫 남자친구와의 이별. 두 번의 이사과정을 지켜본 사람 그리고 알고 싶지 않았지만 뒤늦게 알게 된 진실들. 너무나도 큰 충격들에 휩싸여 불안장애와 피부발진, 몸무게는 40kg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나의 앙상한 몸을 보며 이렇게 지내다간 정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약국에서 식욕 촉진제를 사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은 항상 엄마였다.


나 때문에 엄마가 힘들겠다는 죄책감 속에서 하루하루 지내기도 했다. 물론 그사이에 분명 엄마와 다툼도 있었고 엄마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어 미울 때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론 엄마에게 항상 짐만 지우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 미안함과 죄책감이 가득한 채로 엄마를 바라보는 날이 많아졌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엄마의 얼굴에서 그늘이 느껴졌다. 하지만 무슨 일이냐고 묻기가 무서웠다. 혹시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불안하고 초조했다. 함께 탄 차에서 운전석에 앉은 엄마의 한쪽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물었다.


“엄마, 무슨 일 있어?”


엄마의 한쪽 얼굴이 일렁였다.


“엄마 암이랜다...”


엄마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며 눈물이 새어 나왔다. 여태까지 애써 괜찮은 척했던 엄마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내 가슴은 타다 못해 하얀 재가 된 것 같았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제야 우리 가족 조금 괜찮아지나 했는데

아빠에 이어 엄마까지 암이라니

온 세상 불행이 다 나를 향해있네


나는 이 세상에서

불행한 사람 중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하면 되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스물셋, 연이어 닥친 세상의 가혹함에 나는 두 손을 들었다.


그 순간 예전에 아버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제발 나 좀 내버려 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