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8개월만 여기서 살자

by 유일한


난 앞으로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까.

그 친구에게 위로의 말처럼 ‘나도 사실은 말이야….’라고 터놓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했을 때 그것으로 인해 동정하거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는 것도 원치 않았고 그렇다고 숨기고 싶지도 않은 마음이 너무나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결국, 나는 친구에게 입을 떼지 못한 채 집으로 향했다. 터벅이 혼자 걷는 길에 괜스레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르며 씁쓸해졌다.


현관문에 들어서자 이미 도착한 엄마는 신발장 앞에서 두꺼운 양말을 여러 겹 벗으며 나에게 이야기했다.


“우리 여기서 딱 8개월만 살자”


“왜? 8개월 뒤에는?”


“8개월 뒤에는 다른 곳으로, 더 나은 곳으로 갈 거야. 엄마 배우고 있는 일 마저 배우고 돈 더 주는 곳으로 옮길 거야. 지금은 잡일도 같이 해주고 있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충분히 옮길 수 있을 것 같아. 그전까지 조금만 더 힘내보자.”


엄마의 말을 듣고 눈물이 흘렀다.

‘바보같이…. 나 바보같이 살고 있었구나,

친구들 시선? 변화로 무기력함? 그래서?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 없이 계속 이대로 머물러 있을래?’


엄마가 벗어둔 여러 겹의 상의와 양말들을 보며 엄마는 홀로 전쟁 중이었음을 알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널브러뜨린 나의 방은 엄마와 너무나 대조되고 있었다.


환경이 날 멈춰 세웠다고 하지만, 이미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엄마를 보며 이제는 스스로 만든 어둠에서 나와야 함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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