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오로지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원치 않게 다가온 운명을 수용하는 데 마음의 정리가 필요했다.
엄마, 동생, 나. 셋이 지내던 우리 가족 중 엄마가 암으로 병원에 가게 되었을 때, 나는 의지할 곳 없는 세상에 혼자 놓인 기분이 들었다. 우리 가족 중 나 혼자 남은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도 느꼈다.
지금까지 겪어온 부모님의 이혼과 부모님의 아픔들은 나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그것 또한 내 삶이기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했고, 극복하기 위해 용서하지 않았다고 했던 아버지의 과거를 곱씹으며 돌파구를 찾는 ‘나’를 발견했다. 닮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결국에 부모의 모습에서 ‘나’를 보기도 하고 닮지 않기 위해 ‘나’를 분리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에게서 해결책을 찾기도 했다.
그렇게 긴 시간 많은 생각을 흘려보냈다.
기꺼이 ‘그래 이제 됐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많은 눈물도 흘려보냈다. 그러니 신기하게도 초연한 마음이 들어섰다.
어머니는 다행스럽게도 아버지처럼 수술 후 차차 회복해 나가셨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직장에 취업해 가정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게 되었다. 그렇게 둘은 다시 열심히 달렸다. 직장에 취업하니 아르바이트 때와 같이 주민등록 등본상 아버지의 부재를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다. 귀찮았다.
“일 때문에요~”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눈물이 났다.
왜냐하면, 바람을 타고 떨어지는 벚꽃 잎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따사로운 날,
살랑거리며 내리는 꽃잎들을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이 없다.
아무 일 없이
이렇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에 감사했다.
어떤 것도 더는 나에게 큰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