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이사를 온 뒤 점차 안정되어 갔다. 스물넷이 된 나는 호텔리어로 3교대 근무를 하며 저녁 출근 전이나 오후 근무 후 영어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걱정 없이 할 수 있어 너무나 좋았다. 호텔에서 많은 외국인을 응대하고 영어공부를 하면서 해외에 나가 생활해보고 싶다는 꿈도 꾸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는 우리 가족을 위해 혼자 지방에 집을 얻어 일하게 되었다.
엄마의 빈자리가 가끔 느껴질 때면 엄마 방에 가서 엄마 베개의 냄새를 맡고는 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을 때는 엄마를 찾아가 같이 밥을 먹거나 자기도 했다. 외진 곳에서 일하며 외로움을 느낄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릴 때가 많았다. 그래도 우리 가족이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친구도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나 그간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너도 알지? 내가 부모님 이혼으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근데 지금은 전보다 괜찮아졌어.
아버지랑 같이 살지 않다 보니까 뭔가 가족을 잃어버린 느낌이 가끔 들기도 하는데…. 그래도…. 뭐..”
“너희 부모님이 이혼한 거랑 너랑은 별개야.
항상 잊지 마. 너는 앞으로 너의 가족을 잘 꾸려가면 되는 거야.”
“내 가족 말이야?”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나’ 자신의 가족을 생각해 볼 여유는 없었다. 그런데 친구의 말을 듣고는 무언가 새로운 내가 생긴 것 같았다.
‘그래, 나도 내 가족을 꾸릴 수 있어. 먼 미래에 나의 가족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