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3교대로 일한 지 1년이 지났을까. 몸도 마음도 아주 무거워져 있었다. 저녁 8시에 출근해서 아침 5시 퇴근할 때면 돌덩이를 몸에 올려놓은 것처럼 나의 머리와 어깨는 축축 처졌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정장을 입고 높은 건물에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와는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궁금하고 또 동경했다.
가끔은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지만 생활비를 보태야 했다. 그리고 나의 미래를 위해서 나는 벌어들인 돈을 손에 꼭 쥐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너 가고 싶어 하는 어학연수 다녀와도 돼.”
“엄마,
내가 가면?…”
“네가 엄마한테 주는 생활비 보다 가서 할 경험들이 더 값질 거야. 엄마가 보태줄게.”
울퉁불퉁 모난 길인 내 인생에 이렇게 기쁜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싶었다. 기쁨과 동시에 날 믿어준 엄마에게 고마움, 미안함 그리고 불안감이 몰려왔다. 외진 곳에서 혼자 일하며 눈물로 젖었을 엄마의 돈. 그 돈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두려웠다. 엄마가 나에게 준 도움만큼 내가 다녀와서 더 잘 될 수 있을까. 영어 한 문장 말하기도 벅차하는 나에게 어쩌면 무모한 투자일 수 있다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어, 나는 잠을 뒤척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 생애 어쩌면 다시 있지 않을 이 기회를 나는 꼭 잡고 싶었다.
나는 유학원들을 샅샅이 뒤지며 발품을 팔았다. 모든 준비가 마쳐질 때쯤, 노트에 ‘반드시 해야 할 2가지’를 적었다. 이 도전이 나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당시에 아주 비장했다.
1. 표정과 자세 바꾸기
어린시절의 기억들과 부모님 이혼 후 지난 5년간 겪었던 일들을 그곳에서 더는 곱씹으며 살지 않는다. 이미 다른 환경에 놓인 만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해야 함을 잊지 말자.
2. 영어만 쓰기
일상영어회화가 문제없이 가능할 수준으로 만들어 와야 한다. 체류 기간이 길지 않으므로 반드시 영어만 써야 한다. 가족과 친구와의 연락을 최소화한다.
두 가지를 꾹꾹 눌러쓴 노트를 안고 그렇게 나는 떠나게 되었다.
“엄마, 나 잘 다녀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