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가는 밤.
유난히 몸을 뒤척였다.
타지로 가는 게 긴장된 건지
영어를 반드시 배우고 와야 한다는 불안감인지
아니면 내려서 입국심사부터 걱정인지.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치는 밤에
겨우 잠이 들었지만 꿈을 꾸었다.
꿈에서의 장면은 내가 겪은 사실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유난히 흐렸던 그날,
어두운 집안에 들어섰을 때 널브러진 물건들과 부모님의 표정을 보고는 나는 직감했다.
‘아... 그날이구나.’
그리고 이내 다리가 풀려 무릎을 꿇었다.
“이제 그만해 제발.. 그냥 이혼해 이혼하란 말이야!
누구든 나가!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해요 왜!”
꾹 눌러왔던 나의 비명과 참았던 눈물들이 터지며 바닥을 짚은 붉은 내 손을 적셨다.
“내가 너무 불쌍해. 나 이런 부모 밑에서 살기 싫다고!”
내 기억이 존재한 순간부터
나는 우리 가족의 화목을 빌었지만
내가 처음으로 우리 가족의 이별을 이야기한 날,
그 뒤로 나는 우리 가족을 다 함께 볼 수 없었다.
꿈에서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잠에 깼다. 나는 아직도 그 죄책감에 눌려왔던 걸까.
‘나 그때 너무 힘들어서 그렇게 말했어요.
우리 가족이 헤어지는 걸 원하기도 또 원치 않기도 했어요.’
그렇게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가슴속에 묻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14시간이 걸려 도착한 그곳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노트에 적었던 것 잊었어?
더 이상 과거를 곱씹지 말자. 이제 다시 시작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