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혼가정의 자녀가 처음이라

by 유일한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나를 찌르는 그것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자녀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우울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29% 더 높다 (Auersperg et al., 2019).


그렇다면, 이미 수많은 결론이 내려진 이 현실 속에서

이혼가정의 자녀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이 책은 이혼가정의 자녀로서 겪는 성장의 여정을 진솔하게 그린 이야기입니다. 사회가 던지는 편견과 시선 속에서,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자기 정체성을 찾아 시련을 극복할 힘이 있음을 전합니다. 당신은 충분히 괜찮아질 수 있다고, 이 책이 말해줍니다.






어린 여덟, 작은 창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하염없이 흘려보내며 기도했다.


“엄마, 아빠가 싸우지 않게 해 주세요. 헤어지지 않게 해 주세요. 정 안되면 제가 다 크고 나서요, 지금은 안 돼요.”

왜 그렇게 그땐 안된다고 시간을 붙잡아 달라고 했을까. 결국에는 나의 기도(?)가 먹힌 것인지 정말 성인이 되어서 부모님은 이혼했다. 아마 그땐 아직 부모님과 행복한 기억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면 어쩌면 부모님의 관계가 괜찮아지지 않을까 라는 작은 희망으로 살았던 어린 시절. 작은 두 손 모아 기도하다 어두운 밤이 되어 창문에 울고 있는 내 얼굴이 비칠 때쯤이면 나 자신이 더욱더 불쌍하고 처량하게 느껴졌다.


고등학교 3학년, 부모님의 별거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정말 우연히 엄마의 화장대에서 이혼 서류를 맞닥뜨리게 되었다. 서류를 본 후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엄마, 이게 뭐야? 엄마 아빠랑 이혼해? 나한테 말도 없이? ”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절망감이 밀려왔다. 부모님의 이혼을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버지에게도 전화해서 가슴 아픈 말을 내뱉고는 다신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다짐하면서도 마음속 한편에는 이제 다 함께 볼 수 없다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무쳤다.


그런데 그렇게 슬픔을 온몸으로 견뎌내기도 전에 사회의 싸늘한 시선과 마주해야 했다. 대학을 다니며 구한 아르바이트에서는 주민등록등본을 필수서류로 요청했다. 내가 가진 등본에는 아버지 이름이 당연히 없었다.

'내가 죄 진 것도 아니고, 뭐'

말과는 다르게 등본을 내면서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사장님은 나를 따로 불렀다.


“등본에 아버님이 안 계시던데.. 아버지는 어디에 계시나?”


설마 했던 질문을 들으니 당황스러웠다. 아버지의 거주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나는 이미 성인인데. 나도 이혼가정이 처음이라 아직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생각해보지 못했단 말이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말했다.


“아.. 일 때문에 지방에 계세요.”


거짓말 이후로 나는 사회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