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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청년 Jun 30. 2019

인터뷰, 영감을 얻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

그래도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면

이미 꿈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는 한번 다룬 적이 있다.


하지만, "뭘 시도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안 잡혀요, " "뭘 할 엄두가 안 나요, " "사실 귀찮잖아요," "대충 꿈을 찾은 거 같긴 한데, 이게 진짜 여기 올인해도 될까요?" 등등 10대인 우리를 괴롭히는 고민들은 여전히 많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것이 '직접 만나서 이야기 나누기'다.




고등학생 시절, 나와 내 친구들은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녔다. 특히 정치외교 분야에서, 주변에서 '아니, 그 사람을 만났다고?' 할 만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 대화를 나눴다.


노회찬(만남 당시 삼성 X파일 공개로 억울하게 의원직을 박탈당한 '백수'), 문재인(만남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이철희(현재 국회의원이나, 당시에는 썰전에 출연하던 시사평론가), 안철수(만남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윤여준 전 장관, 한중일협력사무국 이종헌 사무총장 등등.


특히 당시 나와 정치외교학과를 희망하는 몇몇 친구들은 "정치라는 금기의 영역(지금까지도 정치는 청소년들에게 금기시되는 분위기가 있다)을 과감하게 깨보자"라는 오기로 더욱 당당히, 공개적으로 만나고 다녔다. 그중에서도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불편할 수 있지만 '솔직한 질문'을 하길 굉장히 즐겨했다. 솔직 담백한 대화를 위한 것이기도 했고, 또 나는 사회적 지도자들이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재인과의 대화 당시


문재인을 만나서는 "제가 해외 정당들을 보고, 우리나라 정당들을 그쪽과 비교를 해보면 아무리 봐도 민주당은 보수당인 것 같거든요. 실제 우리나라 학자들도 우리나라 정당 구조는 보수 vs. 진보가 아니라 강경보수(당시 새누리당) vs. 온건보수(민주당)의 구도라고 하고요, 그런데 왜 민주당은 진보 간판 걸고 표 받아가나요?"라고 물었다.


이후 문재인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포스트에는 조금 온화한? 표현으로 적혔다.  https://blog.naver.com/moonjaein2/220129504901


오해하지 마시라. 나는 문재인을 좋아한다. 하지만 누구를 만나든 진짜 흥미로운 답변은 이런 솔직한 질문에서 나온다. 실제 당시 문재인 대표는 "저도 민주당이 보수당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는 진정한 보수로서 성공해야 합니다."라고 말하여 오히려 나를 당황시켰다. 그리고 그의 답변은 정치학 전공을 생각하고 있던 내게 우리나라 정당 구조를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배움의 기회가 되었다. (당시 문재인 대표의 답변과 비슷한 내용이 잘 담겨있는 기사가 아래 링크다.)


이렇게 각 분야 전문가들의 만남은 관심 분야에 대한 탐구의 기회가 되기도 하고, 막연히 꿈꾸던 일의 실제 환경을 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얻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진짜 만나줘요?


가끔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며 주고받은 이야기를 나눌 때면, 꼭 이렇게 묻는 친구들이 있다.

만나준다. 자신감을 가지고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을 해라. 물론 바쁜 스케줄로 인해, 또는 이런 만남을 즐기지 않아서 성사가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길 좋아하고, 특히 그 상대가 10대 청소년일 경우 굉장한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


그런데 어떻게 연락을 하냐고?


예전에 친한 중학교 후배가 판사가 꿈인데, 뭔가 확신이 안 들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판사가 돼도 반드시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판사를 한다는 보장도 있는지 모르겠다는 등 답을 찾을 수 없는 고민들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혹시 판사 중에 누구 좋아하냐? 좋아하는 사람 있어?"

"천종호 판사라고 아세요? 그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책 쓴"

"아, 그분. 그럼 그분을 연락해서 한번 만나봐."

"그분을 만나보라고요??"

"어, 만나서 직접 물어봐. 지금 고민하는 것들."

"아니, 어떻게 연락을 해요?"

"아니 뭐 법원 사이트 들어가서 찾아보면 그분 어느 법원 소속인지 나올 거 아냐, 판사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형사 몇 부, 민사 몇 부, 사무실이 나올 거고. 그분 이메일이 있으면 거기로 바로 연락해보고, 사무실 연락처만 있으면 전화하든 이메일이든 해서 '저 어디 고등학생인데, 이런이런 이유로 판사님 만나 뵙고 질문 몇 가지 드리고 싶다. 혹시 판사님 의사를 한번 여쭤보시고, 가능한지 알려주실 수 있겠나.' 물어보면 되지."

"그게 될까요?"


[학교의 눈물]에 나왔던 천종호 판사


실제로 그 친구는 연락을 취했고, 천종호 판사를 만났다. 그리고 법조인이란 꿈에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그게 되냐고? 행동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꼭 유명인하고만 만날 이유는 없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나눈 경험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일상 속에서 스쳐가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걸 즐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파리바게트에서 빵을 사 먹다가도 가맹점 사장님이 한가해 보이시길래 말을 걸었다. 그분과 이야기하며 파리바게트를 차릴 때는 위치까지도 점장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본점에서 유동인구 등을 조사하여 승인을 내려야 할 수 있다는 사실과 본사에서 불시에 와서 빵이 몇 cm인지 자로 재어 점검을 한다는 사실, 그리고 본점에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얼마 정도를 지불하는지 등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난 해외여행을 다닐 때도 꼭 기차나 버스에서 같이 앉게 된 사람이나 길을 물어보다 말을 붙이게 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제가 각 나라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데 몇 가지 좀 물어봐도 돼요? 물론 답하기 곤란한 건 답 안 하셔도 되고요." 하며 말을 걸면 거의 대부분 "오 네, 아무거나 물어봐요." 한다. 이렇게 시작한 대화를 통해 바르셀로나에서는 관광객이 붐비는 여름이 되면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을 내쫓고 그 방을 에어비앤비로 내놓기 때문에 월세를 사는 주민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는 사실과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에서 파리로 가는 기차 안에선 프랑스 역시 취업을 위해 수많은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고 파리로 가야 하며, 결혼을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삶이란 것을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내가 그리는 인생을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것이 문재인이든, 우리 동네 빵집 사장님이든.


나의 10대 인생도 국영수보다 이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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