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의 '금융의 연금술'에서
대공황에 대해 투자자가 써 놓은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던 중 발견한 부분입니다. 정확하게 대공황에 대해 써 놓은 것은 아니고 1987년 일어난 검은 월요일 (Black Monday)에 대해 쓴 것인데 이 것은 1929년이 가장 적절한 비교대상이라는 문구를 보고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검은 월요일은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에 일어난 주식 대 폭락 사건입니다. 하루만에 다우존스 지수가 무려 22.6%나 떨어졌습니다.
이번 글은 조지 소로스 (George Soros) 저작인 The Alchymy of Finance의 19장 87년의 붕괴 (The Crash of '87)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책은 1987년 처음 발간되었고 저는 2003년 판을 읽었습니다. 미국 연준 의장을 지냈는 폴 보커 (Paul A. Voker)가 추천의 글과조지 소로스가 1987년 발간 이후 금융시장의 변화 등에 대해 추가한 첫번째 장을 제외하고는 두 판의 내용은 동일합니다. 국내에서는 금융의 연금술이라는 제목으로 2001년 국일증권경제연구소에서 발간되었습니다. 현재는 절판입니다. 이번글도 원서를 바탕으로 작성이 되어 번역본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1987년의 주식 시장 붕괴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임. 비슷한 사건을 찾으려면 1929년, 1907년, 혹은 1893년의 붕괴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며, 이 중에서도 1929년이 가장 적절한 비교 대상이다. 하지만 두 사건을 비교할 때, 붕괴 자체와 그 이후의 여파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2. 1929년 붕괴 당시 뉴욕 증시는 약 36% 하락했는데, 이후 주가는 손실의 절반가량을 회복했지만, 1930년에서 1932년에 걸친 장기 하락장에서 다시 80% 가까이 떨어졌다.
3. 1929년에는 통화 당국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4. 주가 흐름을 보면 1987년의 붕괴는 1929년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 . 주요 차이점은 1929년에는 첫 번째 매도 절정 후 며칠 만에 또 다른 매도 절정이 발생하여 시장이 더 낮은 저점을 기록했지만, 1987년에는 두 번째 절정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5. 1987년의 붕괴는 1929년처럼 전혀 예상치 못하게 일어났다. 세계적인 호황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정확한 시점을 맞힌 사람은 거의 없었다.
6. 유동성의 확장이 호황을 부추겼고, 그 유동성의 축소가 붕괴의 조건을 마련했다 . 이 점에서도 1987년은 1929년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단기 금리 상승이 붕괴에 앞서 있었다.
7. 1987년에 유동성 축소는 달러 방어를 위한 협정(1987년 2월 루브르 합의)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유동성 축소의 원인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일본과 독일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자국의 통화 공급을 억제하려 했을 수 있었다.
8. 일본은 투기적 자산 상승이 너무 과열되자 금리를 다시 조이게 되었다 . 1987년 5월에는 일본 국채 시장이 붕괴하며 수익률이 급등했다 . 이 일본 국채 시장의 붕괴가 바로 1987년 붕괴의 서막 이었다.
9. 일본의 매도가 미국 국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상품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공포까지 겹쳐 시장의 하락세를 부추겼다 . 이후 다양한 정치적, 금융적 불안정성이 겹쳐지면서 10월 19일 월요일, 역사상 단 하루 최대 폭락이 발생 했다 . 다우존스 지수는 508포인트, 22% 폭락 했으며. 이전 주 금요일에 4.6%가 하락했으며, 그 다음날 화요일에도 8% 가까이 더 떨어짔다. 3일간의 하락 폭은 전체로 보면 약 30%에 달했다.
10. 10월의 하락은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채권 시장, 외환 시장, 심지어 상품 시장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는 극단적인 공포로 전환되었으며, 이로 인해 시장의 유동성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11.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유동성 부족이 심각 했다. 시장 가격이 형성되지 않았고,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 많은 차입 투자자들이 강제 청산을 당하거나, 신용 경색으로 인해 더 이상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되었다.
12. 이런 환경에서는 시장의 펀더멘털(기초 경제 여건)보다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 공포는 전염성이 강해, 비이성적인 매도가 확산되고, 이는 다시 시장 전반의 하락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발생 했다 .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13. 이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였고 이는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10월 말까지 시장은 비교적 빠르게 반등했다.
14. 이러한 조치는 1929년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 1929년에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고, 은행 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음으로써 대공황을 촉발 했으며. 1987년에는 정책 입안자들이 1929년의 교훈을 적용하여, 사태를 통제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15. 그러나 시장의 충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많은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고,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 특히 파생상품이나 프로그램 매매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 많은 사람들은 컴퓨터 알고리즘이 시장의 하락을 증폭시켰다고 믿었으며, 이에 대한 규제가 논의되기 시작되었다.
16. 또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상호 연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 되었다. 미국의 붕괴가 전 세계 시장에 빠르게 전이되었으며, 이는 국제 협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됨. 이로 인해 국제 통화 기금(IMF)이나 주요 7개국(G7) 간의 협조가 더욱 중요해졌다.
17. 1987년의 주식 시장 붕괴는 단순한 금융 이벤트가 아니라, 정책, 기술, 심리, 국제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건이었다 . 그것은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고, 향후 금융 규제와 통화 정책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쳤다.
18. 미국이 금융시장에서 탁월한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 국가 정체성에 위기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19. 서구 세계는 금융 시장이 정부 규제 없이 자유롭게 작동하도록 지나치게 허용 해왔다. 1987년 주식시장 붕괴가 보여주었듯, 이는 중대한 실수였다 . 금융 시장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며, 안정성은 오직 공공 정책의 목표로 삼을 때에만 유지될 수 있었다. 즉 시장이 규제 없이 발전하도록 내버려 둘수록 점점 더 불안정해지며, 결국에는 붕괴하게 되어 있다.
20. 주식 시장의 호황은 미국의 재정 상태가 근본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우리의 관심을 돌려 놓았다. 1987년의 주식 시장 붕괴는 거친 현실을 일깨워 주웠다. 많은 수익이 허상이었음이 드러났다.
21. 보호무역은 상당한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
21.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위해 미국 내부의 질서를 바로잡는 것뿐 아니라, 변화된 세계 상황에 걸맞은 새로운 국제 금융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했다.
23. 안정적인 국제 통화 없이는 원활하게 작동하는 국제 경제를 가질 수 없다. 1985년 10월의 플라자 합의(Plaza Agreement)와 1987년 2월의 루브르 합의(Louvre Accord)는 통화 당국이 이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었다. 루브르 합의는 1987년의 붕괴와 함께 무너졌다.
24. 유지할 수 없는 수준에서 통화를 방어하려는 시도는 국가를 장기 불황으로 빠뜨릴 수 있다. 이것이 1926년, 영국이 전쟁 전 금본위제 수준으로 복귀했을 때 벌어졌던 일이다.
25. 환율 하락은 즉각적인 부정적 효과(J커브 효과)를 동반하며, 환율이 불안정할수록 사람들은 이에 적응하기 위한 투자를 꺼리게 된다.
26. 달러가 국제 준비통화의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환율이 존재하지 않는다. 달러는 어떤 가격에서도 건전한 통화가 아니다. 막대한 예산 적자와 무역 적자를 가진 국가는 외국이 자국 통화를 무한정 받아주기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제 금융 시스템은 안정적인 통화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1987년의 붕괴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핵심 교훈이다.
27. 달러에 기반하지 않은 국제 통화 체제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 전환을 빠르게 이룰수록 미국의 경제 쇠퇴를 멈출 가능성도 높아진다.
28. 시장은 자정 기능을 가지며, 환율은 균형 수준을 찾아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1987년의 붕괴는 오히려 이러한 통념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 결과로 우리는 앞으로도 금융 시장에서 계속되는 혼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단, 그 중심은 주식 시장에서 통화 시장, 채권 시장, 그리고 결국에는 귀금속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29. 국제 통화 시스템 개혁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잃어가고 있는 세계적 지위를 다시 공고히 할 수 있다. 아직은 미국이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특히 미국의 군사력이 그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