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달리는 꿈

머슬카를 뒤쫓는 시선의 갈망


일요일 낮, 고속도로는 비교적 한산했다. 차선을 따라 일정한 속도로 달리며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백미러 너머로 한 대의 차가 빠르게 접근해왔다. 검은색 머슬카였다. 낮고 넓은 차체, 육중한 보닛, 그리고 특유의 엔진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그 차는 내 옆 차선으로 붙어 나란히 달렸다. 잠깐 동안 나는 옆 창문 너머 그 차를 훔쳐봤다. 광택 나는 검은 차체에 햇빛이 반사되었고, 크롬 도금된 휠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운전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느끼고 있을 자유와 속도가 상상되었다. 그리고 그 차는 순식간에 내 차를 앞질러 멀어져갔다. 뒤에 남겨진 엔진 소리의 여운만이 공기를 가르며 사라졌다.


나는 다시 내 핸들을 바라봤다. 검은색 플라스틱 핸들, 익숙한 계기판, 그리고 십 년 가까이 함께해온 세단의 내부. 나쁘지 않았다. 편안했고, 실용적이었으며, 가족과 함께 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방금 스쳐 지나간 머슬카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렸다.




머슬카, 스포츠카. 남자라면 한 번쯤 꿈꾸는 차들이었다. 강렬한 엔진 소리, 낮게 깔린 차체,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뒤로 밀려오는 중력. 그 모든 것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자유, 속도, 그리고 억눌린 욕망의 해방. 머슬카는 그런 상징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차를 고를 때 내가 먼저 생각한 건 연비였고, 뒷좌석 공간이었으며, 트렁크 용량이었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갈 때 짐을 충분히 실을 수 있는지, 아이가 뒷좌석에서 편하게 앉을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이 우선이었다. 머슬카는 실용적이지 않았다. 기름값도 많이 들고, 뒷좌석도 좁았으며, 무엇보다 가족을 위한 차가 아니었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언제부터 머슬카 대신 세단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속도보다 안전을, 스타일보다 편의를, 개인의 욕망보다 가족의 필요를 우선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 전환점이 명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듯이, 나는 꿈을 접고 현실을 선택했다.




고속도로 위에서 머슬카는 이미 저 멀리 사라졌고, 나는 여전히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좌우로 펼쳐진 풍경이 천천히 흘러갔다. 급할 것 없었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가슴 한편에는 여전히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갈망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작고, 후회라고 하기엔 너무 담담한 감정.


나는 머슬카를 가져보지 못했다. 아마 앞으로도 가지지 못할 것이다. 현실적인 이유들이 너무 많고, 포기해야 할 것들도 명확하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실패는 아니니까. 다만 우선순위가 바뀌었을 뿐이라고.


그러면서도 가끔은 생각한다. 언젠가, 정말 언젠가는, 저 머슬카의 핸들을 잡고 고속도로를 달려보고 싶다고. 옆에 아무도 태우지 않고, 그저 나 혼자, 엔진 소리만 듣고 달리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고. 그것이 이기적인 욕망이라 해도, 한 번쯤은 허락받고 싶은 꿈이라고.


머슬카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그 모습은 내 안 어딘가에 남았다. 포기하지 않은 꿈이라기보다는, 미뤄둔 로망 같은 것. 길 위를 달리는 그 검은 차는 내게 물었다. "너의 꿈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나는 아직도 대답하지 못한 채, 핸들을 잡고 앞만 보며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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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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