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아내와 함께한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 여행

― 선물처럼 다가온 하루

저녁의 한 장면


어느 평범한 저녁이었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아내가 갑자기 핸드폰을 들어 내게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여줬다.

화면 속엔 가을빛으로 물든 협곡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푸른 잔도길이 있었다.


“여보, 주말에 여기 가보면 안 될까?”


아내의 목소리엔 설렘이 묻어 있었다.

그 한마디에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좋지, 가자.”



가을의 길 위에서


주말 아침, 살짝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아내는 네이비 후드티에 청바지를, 나는 검은색 터틀넥을 입었다.

함께 나란히 서서 웃었는데,


그 순간부터 이미 여행이 시작된 기분이었다.


차를 타고 포천으로 향하는 길.

창밖의 풍경이 노랗고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오랜만에 아무 일정 없이 함께 떠나는 길이어서 그런지

대화가 자연스레 이어졌다.

일상의 무게에서 벗어나,

서로의 목소리를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협곡의 입구에서


‘철원 안연명품 주상절리현 순담’이라는 표지판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가을빛으로 물든 나무 사이로 보이는 협곡의 풍경은

사진보다 훨씬 깊고, 훨씬 넓었다.


수직으로 솟은 바위 기둥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그 사이로 에메랄드빛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수만 년 전 용암이 식으며 만들어낸 주상절리는

자연이 만든 예술 작품 같았다.

햇살에 반짝이는 단풍까지 더해지니

그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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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도길 위의 시간


푸른 잔도길을 따라 협곡 위를 걸었다.

발아래로는 강이 흐르고,

양옆으로는 웅장한 절벽이 펼쳐졌다.


발걸음이 천천히 멈추기도 했지만,

두려움보다 감탄이 더 컸다.


“여보, 여기서 찍자!”


아내가 손을 흔들며 웃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어 그녀를 담았다.

가을 햇살을 받은 아내의 미소가

풍경보다 더 빛나 보였다.





현수교 위의 바람


현수교에 오르니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아래로는 깊은 협곡이,

앞으로는 가을이 한껏 물든 숲이 펼쳐졌다.


다리 위에서 찍은 셀카엔

배경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우리의 웃음이 있었다.


걷는 내내 아내는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목적은 이미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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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불향 속의 행복


걷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우리는 포천의 화덕 생선구이집으로 향했다.

장작 타는 냄새가 문밖까지 퍼져 있었다.


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 한 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숟가락.

그 단순한 조합이 왜 그렇게 맛있던지.


“오늘 진짜 완벽하다.”


아내의 한마디에 나도 웃으며 잔을 들었다.

시원한 콜라 한 모금,

그 순간의 행복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라디오에 담긴 하루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서 DJ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 같은 날,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보내주세요.”


아내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리 사연 보내볼까?”

나는 웃으며 “그래, 보내봐.”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후,

라디오에서 들려온 낯익은 이름.


“오늘 남편과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를 다녀왔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가을날, 선물 같은 하루였습니다.”


DJ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우리의 사연.


순간, 차 안에 웃음이 번졌다.

그건 정말로, 예상치 못한 선물이 되었다.

우리 둘의 가슴으로 훅 들어오는 기프트가 되는 순간 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현관에 들어서며 아내가 말했다.

“오늘, 참 좋았어.”

“응, 정말 선물 같은 하루였어.”


짧은 대화였지만, 그 안에 모든 게 담겨 있었다.

가을빛 협곡, 따뜻한 밥상,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하루.


여행은 결국 그런 거다.

특별한 계획보다,

함께 있는 순간이 더 오래 남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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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 아래 웃던 그날의 우리처럼,

사랑도 그렇게 다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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