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겸
알바 겸
가끔씩
배민을 한다.
지난 주말에도
한시간 반 정도 돌다가
하늘이 어둑해져 시계를 보니
저녁 7시가 다 되어 가길래
집에 가려고
잠시
신호대기하며
멈춰 있는데
점잖게 차려 입으신
한 노인께서
길을 물으신다.
'저, 말씀 좀 여쭙시다.
여기 OO병원이 어디인가요?'
대충 방향만 짚어드리려는데
'OO병원 장례식장'
하고 마지막 문장을 덧붙이신다.
그 마지막 문장이
왜 그렇게 애처롭게 들리는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병원 가는 길을 설명해 드렸다.
내 설명이 끝나자
노인은,
'아이고,
감사합니다.'
라고 예의 갖춰 인사하고는
또 다시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한참 어린 나에게
재차 삼차 감사를 표했다.
이차선 도로 위 신호등은
아직 빨간 불인데,
노인은 종종걸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에서
한동안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떠나간 사람을 배웅하러 가는 이에게도
배웅이 필요하겠구나 싶어
잠시 노인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