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작은 방에는 침대도 있고 컴퓨터도 있고 티비장도 있고 55인치 티비도 있다.
작은 방에서 잠도 자고 티비도 보고 일도 한다.
작은 방에 그 많은 물건이 다 들어가다 보니
침대 발판 쪽에 바로 책상이 붙어 있다.
그러니까 침대가 침대도 되고 컴퓨터 의자도 되는 것이다.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이 되면 뒤로 발라당 누울 수도 있고 참 좋다.
그런데 문제는 책상 밑 바닥을 정리하기가 그렇게 귀찮고 힘이 든다.
보통은 의자를 뒤로 빼고 기어 들어가서 걸레로 슥슥 닦을 텐데,
우리 집 작은 방 책상 밑 바닥은
침대에 엎드려 누운 채로 오른손과 머리를 욱여넣어
데드리프트 하듯이 허리로 상채를 버티면서 그 아래를 닦아야 하고,
컴퓨터 전선에 운전 게임기 발판에,
가끔 실바니안 고양이나 레고 같은 자잘한 것들도
먼지와 뒤엉켜 돌아다니고 그래서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그런데 먼지는 또 얼마나 금방 쌓이는지,
우리 네 식구 머리카락이 거기 다 들어가 있고,
조금만 방치해도 먼지뭉치가 굴러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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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에 면접이 있었다.
면접은 별 거 아니고,
새 직장으로 옮겨야 해서 보는 줌 비대면 면접이었다.
이직을 하는 이유는 별 거 아니고,
수수료 체계에서 고정급여 체계로 바꿔야 할 것 같아서 하게 되었다.
그 말은,
우리 집 가계가 많이 어려워졌다는 그런 의미였다.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
안 어려운 집이 어디 있겠는가.
이자가 두 배씩 덜컥 덜컥 오르는데
애들 키우면서 이것저것 다 따질 수는 없으니
메뚜기처럼 이 회사, 저 회사,
그때그때 조건 맞는 데로 옮겨 다니기 바쁘다.
수수료 체계에서 일할 때는 시간 조율이 편한 대신 수입이 불안정하고,
급여 체계에서 일할 때는 시간 조율이 힘든 대신 수입이 안정적이다.
나는 프로 퇴사러,
프로 면접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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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해서 3시 35분부터 컴퓨터 앞 침대에 앉아 면접을 보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오늘따라 왜 그렇게 발 밑이 더러운지,
치우고 싶었다.
얼른 물티슈 한 장을 뽑아
데드리프트 하면서 먼지를 이렇게 이렇게 쓸어내는데,
그 좁은, 한 평도 안 되는 책상 밑에
뭐가 그렇게 많았다.
먼지가 수북이 앉은 게임기 발판을 닦으며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내 인식은 순간 우리 집을 보았다.
모서리 없는 집.
만물상 같은 집.
무언가를 올릴 수 있는 공간에는
온갖 게 다 올라가 있고,
그 모든 것에는
늘 먼지가 쌓여 있다.
내가 내 것으로 만들어 놓고
책임지지 않은 물건들이
시무룩하게 먼지와 함께 앉아 있다.
나는
내 마음에
무엇을 그렇게 채워 넣고 싶은 걸까.
나는
소유를 목적으로 소유하는 것일까,
채움을 목적으로 소유하는 것일까.
하고,
면접 전 약 5초 정도
이런 생각들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