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로 산 지 올해로 꽉 채워 8년이 되었다. 2년 단위의 원룸 계약을 4번 반복한 시간이다. 혼자 사는 것은 꽤 적성과 취향에 맞았다. 내 몸뚱아리를 마음대로 풀어 놓을 수 있다는 것, 새벽 3시에도 방을 환히 밝힐 수 있다는 것, 내가 세운 규칙만을 따르되 가끔은 규칙을 무시해 버려도 아무 탈이 없다는 것은 평화이고 자유였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메뉴가 제한적인 식사, 비좁은 주거 공간, 문득 문밖이 무서운 새벽은 1인가구의 생활 뒷면에 착 달라붙어 있으므로 견디는 수밖에 없고, 그러니 딱히 문제는 아니라고.
1인가구 8년차 가 된 올해, 2인가구가 되기로 결심했다. 뭐랄지, 때가 된 것 같았다. 월급 노동을 하면서 혼자만의 힘으로 생활을 돌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의 잠시 잠깐은 나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면서 집의 청결과 세탁 리듬을 관리하기에 턱없이 짧다. 하루 단 한 끼를 위해 장을 보자니 식재료는 너무 단위가 크고 비싸며 성능 나쁜 냉장고는 작기까지 하다.
같은 동네에 사는 가까운 지인과 살림을 합쳤다. 원래 집에서는 도보 10분 거리. 8년을 살아서 마침내 진짜 터전으로 느껴지는 동네가 아까워 떠날 수가 없다. 성인이 된 후 이주해 온 도시에서, 게다가 서울만큼 큰 도시에서 '내 동네'를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여기서는 지도 앱을 열지 않아도 마트와 시장과 따릉이 거치대의 위치를 알고 괜찮은 카페 리스트를 욀 수 있다. 서울에 사는 한 여기이지 않을까? 회사까지 대중교통으로 50분 정도 걸리지만 괜찮다. 어차피 고층빌딩이 밀집한 상업지구에는 살고 싶지 않다. 생활이 회사를 중심으로 도는 것도 싫다.
그리하여 2인가구가 되었다. 거실이 생겼고 처음으로 소파나 테이블 같은 다인용 가구를 갖게 됐다. 다른 사람의 취향과 생활이 섞여 들어와 나의 일상은 전보다 넓어졌다. 음악을 더 자주 듣고, 과일을 더 자주 먹게 됐다. 쌀이 빨리 떨어지고 버리는 식재료가 줄었다. 공금 통장과 공용 가계부를 만들었고 여러 가지 명시적이고 암묵적인 규칙이 생겼다. 이 변화를 앞으로 조금씩 기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