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둘이면 집 구하기가 조금은 더 쉬울 줄 알았다. 보는 눈이 두 배니까 내가 놓치는 걸 상대가, 상대가 놓치는 걸 내가 볼 수 있겠지. 또 우리는 각자 6~8년을 혼자 살아온 자취 경력직 듀오니까. 부동산 어플에 올라온 비슷비슷한 집 사이에서 <우리집>이 될 잠재성을 갖춘 매물을 골라내는 수고도 반씩 나눌 수 있겠지. 나는 상대의 안목에, 상대는 나의 안목에 기대어 이 주거 불안정 시대에 집 구하는 고통을 분담하겠지.
고통을 나누면 반이 될까, 고통스러운 사람이 둘이 될까? 평소 내 입장은 후자 쪽이다.
집을 구할 때 고려해야 하는 조건. 위치, 면적, 치안, 예산. 이 정도만 필터링해도 이미 어플에 남는 방이 몇 개 없다. (허위나 사기 매물은 없다고 치고.)
기본 조건을 겨우 맞춘다 해도 이 다음부터가 진짜다. 집주인과 중개인에게 사람 좋은 얼굴로, 하지만 동시에 똑똑하고 침착하며 주변에 도와줄 어른이 많다는 분위기를 풍기며 여러가지를 캐물어야 한다. 햇빛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드는지, 집주인은 어디에 사는지, 기본 옵션으로 들어있는 가구와 가전이 있는지, 관리비에는 어떤 항목이 포함되는지, 공과금은 어떻게 내는지, 같은 건물에는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도배는 새로 해주는지, 문에는 이중 잠금 장치가 있는지...
둘 중 한 명이라도 신입이었다면 차라리 쉬웠을 것이다. 안 그래도 투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데, 각자 쌓아올린 자취 경력은 조건 리스트를 두 배로 불렸다. 두 사람 다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사는 성질이 못 되었다. 겪어서 아는 불편에는 협상의 여지가 없고 각자의 생활 리듬이 뚜렷하며 자기 주장과 설득에 능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새 집에 원하는 조건이 서로 달랐다.
A: 구축이어도 좋으니 면적이 넓어야 함, 월세는 각자 원래 내던 월세의 합에서 최대 10만원
+채광이 좋아야 함, 반드시 주방으로 퉁쳐지지 않는 거실이 있어야 함 ...
B: 면적이 좁아도 좋으니 구축이 아니어야 함, 조건이 좋다면 월세는 더 낼 수 있음,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함, 집주인과의 불필요한 소통이 없어야 함 ...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끝도 없었다. 상대방은 생각도 안 해본 것을 필수 조건이라고 가져와 서로를 놀라게 했다. 예를 들면 세탁기가 인덕션 아래 붙은 형태는 안 된다거나, 바닥재는 장판이 아니어야 한다거나, 화장실 문은 안쪽으로 열려야 좋다거나, 신발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거나. 이런 게 정말로 중요하다고? 우리는 각자의 경험에 근거하여 사소하지만 분명히 생활의 질을 해치는 요소를 설명했다. 방 하나를 볼 때마다 백분토론을 벌였다.
두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는 매물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우리는 넓은 구축과 좁은 신축, 두 개의 후보지를 두고 팽팽히 싸웠다. 원룸에 갇힌 듯 살아와 방이 아니라 어엿한 집다운 집이어야 한다는 쪽과, 구축에 살아와 중간중간 뜯고 고치느라 집주인과 실강이할 순 없다는 쪽이 맞섰다.
우리는 합의점을 찾았다. 신축을 선택하는 대신 반드시 거실을 거실답게 꾸며주겠다는 공약이 통과됐다.
혈연 관계가 아닌 두 사람이 한 집에 살려면 복잡하다. 집을 겨우겨우 골라도 혼자 살 때만큼 계약이 심플하지가 못했다. 예를 들면 보증금을 나눠 입금하고 돌려 받을 때는 각자에게 입금해달라는, 당연하고 간단해 보이는 조건 하나를 추가하는 데도 수십 마디가 오고갔다.
룸메가 된 지 5개월쯤 되었다. 복잡한 일은 계속 생겨난다. 우리는 공동 세대주 되기에 실패했고, 공금 통장에 한 달에 얼마씩 생활비를 넣어야 할지 적정 금액을 찾지 못했다. 파일럿이던 백분토론은 정규 편성됐다. 공동의 물건을 살 때마다 소비 행태와 취향이 충돌하고 가사노동의 우선순위가 충돌하고. 다음 이사는 분명 이번보다 훨씬 복잡하겠지.
부동산은 이 집을 어떻게 알았냐고, 어플에 올리자마자 몇 분 안 되어 우리가 연락했다고 했다. 우리집이 될 모양이었나 보다, 이제와서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