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수 Jul 03. 2017

이커머스 운영 공식과 마케팅의 딜레마

개정판 eCommerce 제(멋)대로 헤집어 보기 #2

2014년 플래텀에서 연재했던 이커머스 잡설을 손봤다. 어색한 문장 몇 마디 바로잡고 가끔은 그림도 바꿨다. 브런치를 시작하는 Kick-off 정도로 생각한다. 당시 이 주제로 플래텀에서 연재를 시작하며 달았던 말머리는 이랬다.

-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을 주제로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PC 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가는 시절부터 포털과 전자상거래에서 일하며 쌓인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연재의 제목은 ‘이커머스 제(멋)대로 헤집어보기’입니다. ‘제대로’ 헤집고 싶지만 개인적 경험과 주관적 견해를 따르기에 객관적이기보다는 편파적일테니 ‘제멋대로’가 되겠습니다."

-

두 번째 헤집어보기 – 2. 이커머스 운영 공식과 마케팅의 딜레마

(원문 게시일 - POSTED ON 2014/10/08)


“쇼핑몰 마케팅은 만날 똑같다. 창의적이질 않다!”


의욕왕성한 신입사원, 혹은 비즈니스의 현실적 깊이에 무감한 임원들로부터 가끔 들리는 소리다. 좋은 얘기다. 좋은 얘기가 반드시 좋은 현실로 이어지지 않아 좋지 않을 뿐이다.


이 글에서 마케팅 원론이나 브랜딩까지 논할 필요는 없지만 감안해서 봐야 할 점은 있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특징은 브랜드 마케팅과 매출의 연결 고리가 타 산업에 비해 약하다. 특히 국내 시장은 더욱 그렇다. 이는 본 칼럼 첫 회분을 참고하기 바란다. 설사 브랜딩이라도 칼럼 첫 회에서 언급한 3대 핵심가치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현대카드나 나이키처럼 소위 ‘간지(かんじ)’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나, 비락식혜처럼 으리으리한 재치만을 추구하는 상품 마케팅과는 사뭇 다르다. SNS 바이럴이니 디지털 마케팅이니 하는 트렌드 용어도 걷어내자. 유독 온라인 쇼핑몰 마케팅은 왜 다 거기서 거기인지만 살펴보려 한다. 특히 이를 내부 운영 공식과 연계해 헤집어 보고자 한다.


이는 쇼핑몰 마케팅을 위한 변론만은 아니다. 국내 온라인 커머스를 운영할 때 가장 기본적 백본(Back-bone)으로서 실무의 출발이기에 중요하다. 이 역시 지난 회 칼럼과 같이 학문적 근거가 없으며 필자 개인과 동료들의 경험에 의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의 가능성이 있다.

GMS = UV X CR X CT


GMS(Gross merchandise sales)는 총 거래액이다. S(Sales) 대신 V(Value)로 쓰기도 한다.

관련법상 온라인 쇼핑몰의 판매액을 회계 매출로 잡느냐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으므로, 매출 발생 공식이라 하겠다. 즉, [쇼핑몰의 일매출 = 일간 순방문자 x 구매전환율 x 객단가]다. 당연히 주매출은 이 값에 x7, 월매출은 주매출 x4, 연매출은 월매출 x12다. 이 당연한 산수를 굳이 쓴 이유는 ‘하루도 쉬지 않는 쇼핑몰 운영의 냉정함’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일매출부터 곱해 나가면 저렇지만, 시간 단위로 쪼개면 24로 나눠야 한다. 일반 소비 대중의 라이프 스타일을 기준으로 수면 시간, 업무 집중 시간, 주말/휴일/명절을 감안한다거나, 반대로 오전 9시대, 밤 10~12시 사이 등의 피크 타임, 비수기와 성수기, 데스크톱과 모바일의 차이까지도 감안해서 ‘장사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를 계산해내야 한다. 그리고 이 계산의 결과를 모든 마케팅과 프로모션에서 감안하고 움직여야 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연매출 목표를 맞추려면 월간, 주간, 일간 매출을 맞춰가면서 차곡차곡 쌓아야 가능하다는 말이고 이는 시간 단위까지도 매출을 맞춰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매우 냉정한 현실이다.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왜 자꾸 냉정하다는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다. 이유는 이렇다.


우리 회사 쇼핑몰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정도 매출은 해야 한다는 근거 위에서 매출 목표를 세운다. 단순 의지치나 호기가 아니다. 여기서 물렁하게 잡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출발부터 세렝게티다. 이렇게 연매출 목표를 잡고, 그것을 성수기/비수기/계절별 특수성을 감안해 월 매출 목표로 분산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일매출로 나뉘고 시간 단위로 쪼개진다.


쇼핑몰 혼자 전국 소비자의 수면 행태를 바꿀 수 없고, 전 국민을 추석날 출근시킬 수 없다. 다시 말해 정상적이고 지속가능한 영업으로 평일 새벽에 매출을 발생시킬 수 없고, 추석 연휴에 평소만큼 물건을 팔아제낄 수 없다. 삼복 더위 비수기에 10만원대 트렌치코트를 정상 마진으로 FW시즌만큼 판매할 수 없고, 여름 휴가 기간에 동대문 의류 도매 셀러들과 공장들을 가동시킬 수 없다(직접 공장을 지으면 된다).


물론 필자의 이런 현실 진단에 ‘나약한 매너리즘’, ‘아이디어와 의지 부족’이라 질책하는 사장님과 임원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이해한다. 나도 그럴 예정이며 일부 맞기도 하다. 그러나 새마을운동급 투지와 기발한 프로모션이라도 반짝 상승은 있을 망정 근본을 바꾸긴 어렵다. 이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면 업을 바꾸는게 나을지 모른다.


결국 특정일인 오늘 ‘나와줘야 하는’ 매출 수준이 버티고 있다. 더 과격하게 말하면 시간 단위로 있다. ‘2014년 10월 6일 월요일 09시~13시 사이 매출이 이러면 안 되지’하는 상황이 산출된다. 오늘 달성하지 못한 매출은 그대로 내일의 과적(過積)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온전히 우리 사정이다. 고객이 그 사정을 보듬어 내일은 평소와 달리 하나 살 것 두 개 사줄리 없다. 운영자는 고민한다. 마진을 양보하고 매출을 맞출까? 마케팅 비용을 더 써서 거래규모는 지키고 손익부담은 경영기획으로 넘길까? 매분기 매월 매주 매일 매시간 고민한다.


이것이 다른 온라인 서비스, 예를 들어 새로 오픈한 SNS나 포털, 게임이나 통신사의 마케팅 및 운영과 다른 점이다. 이는 재무-경영기획-운영-마케팅의 업무 라인에서 여타 IT서비스와 현격하고 현실적인 차이를 만든다. 그리고 이것이 국내 쇼핑몰 마케팅이 거기서 거기인 이유이자 냉정하다는 이유다. 오늘 못 먹은 끼니는 내일이라도 어떻게든 반드시 찾아 먹어야 한다. 그러다 먹어야 하는 지난 날들의 밀린 끼니가 쌓여 위장의 크기를 넘어서면 체하거나 죽는다.


오늘의 공식으로 돌아가 예시를 들어보자. 시나리오다.


쇼핑몰 A사는 이번 주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번 달은 설상가상으로 연휴가 두 번이나 있다. 일반 월급쟁이들은 좋을지 몰라도 쇼핑몰 담당자들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 매출과 트래픽이 평일보다 적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UV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GMS = UV x CR x CT 의 공식 중에서 단기 처방으로 숫자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그나마 UV라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방문자 유입 채널을 하나 더 확보하기로 한다. 포털 메인 페이지에 보이는 쇼핑몰 썸네일 구좌를 일주일간 사용하는 데 약 2천만원이 든다. 해당 구좌는 봄가을 의류 기준으로 판매가 2만원이 넘는 상품을 걸면 클릭률이 낮은 경향이 있다. ‘무료배송’ 문구를 더하면 상승한다. 만약 이 구좌를 통해 유입된 고객이 그 상품만 사고 나가버리면 손익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1클릭을 1인의 방문자로 볼 때, 해당 자리에서는 최소 하루 2만명은 뽑아내야 한다는 사례를 마주한다. 문제는 포털 메인 페이지를 통해 유입된 고객은 대체로 구매전환율과 충성도, 객단가가 낮다는 점이다. 고민 끝에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집행해 포털의 썸네일 광고 1구좌를 1주간 더 사들인다. 결과적으로 해당 기간 동안 14만명의 방문자가 추가로 더 들어왔으나, 구매전환율과 객단가가 낮아 결국 목표 매출을 맞추지 못하고 비용 대비 ROI도 만족스럽지 않다.


1주간 2천만원을 집행했으나 GMS = 일 2만명의 방문자 x 1%의 구매전환율 x 19,800원의 객단가로 해당 주간 총합 27,720,000원의 직접 유발 매출과 해당 고객들의 연관구매까지 합해도 약 4천만원의 매출이었다. 평균 마진을 보니 10%로 4백만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결국 2천만원 들여서 4백만원 번 셈이다. 물론 이때의 고객을 LTV(Life Time Value)까지 추적하여 장기간 얼마만큼 이익을 가져왔는가 분석하면 먼훗날 그 2천만원이 헛돈이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일단은 이렇다.


담당자는 실의에 빠진다. 차라리 우수고객 대상으로 추가 적립금을 쌓아주는 쇼핑레터나 문자를 발송할걸 그랬나? 앱 다운로드 마케팅을 추가집행하는게 나았을까? 만약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광고기획사를 동원해 2억원을 들여 유튜브로 조회수 100만 뷰를 달성시켰다면 ROI와 월 목표를 달성했을까? 쇼핑몰의 운영과 마케팅은 이런 번뇌와 전쟁으로 하루하루 돌아간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훌륭했던 국내 쇼핑몰 마케팅은 무엇이었나요?”


몇 년 전 필자는 모 대기업 강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G마켓의 스타숍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직까지는’ 이 사례를 든다. GMS = UV x CR x CT의 틀을 만족시키며 브랜딩으로서도 원하던 포지셔닝을 공고히 했던 사례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래 전 사례라 평범해보일지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이었다. 그래서 결국 많은 오픈마켓과 쇼핑몰들이 따라하기 바빴다. 당시 고마진의 의류 상품군에서 포지셔닝하려던 G마켓은, 이효리라는 스타 마케팅과 TV 커머셜을 고비용으로 돌렸다. 그러나 이를 공중에 날리지 않고, 이효리를 필두로 스타숍이라는 매장 형태로 연결했다. 그리고 스타들을 하나둘씩 늘려나갔다. 스타의 이름을 내건 스타숍이 늘어나며 G마켓의 패션 카테고리 포지셔닝은 공고해진 반면, 해당 스타의 섭외 비용은 그 숍에서 상품을 전시 및 판매하는 셀러들로부터 지원받았다.


UV는 늘었고, 그것은 브랜드 포지셔닝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일회성 UV가 점차 로열티 제고와 리텐션으로 이어졌다. 고객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서비스로 연결되니 CR이 상승했고, 여러 스타숍들이 늘어나며 객단가도 늘었다. 결국 UV, CR, CT 세 가지 모두를 성공적으로 공략해 매출을 올린 보기 드문 사례였다. 거기에 비용까지 외부 리소스로 해결하는 탁월한 한수까지 더했다.


다음 회에서는 운영 공식과 마케팅 딜레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사용자 경험(UX)은 어떤 역할과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시장의 트렌드는 어떤지 헤집어 볼 예정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