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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Jul 03. 2017

쇼핑몰에서 UX의 역할과 가치 그리고 한계

개정판 eCommerce 제(멋)대로 헤집어 보기 #3

2014년 플래텀에서 연재했던 이커머스 잡설을 손봤다. 어색한 문장 몇 마디 바로잡고 가끔은 그림도 바꿨다. 브런치를 시작하는 Kick-off 정도로 생각한다. 당시 이 주제로 플래텀에서 연재를 시작하며 달았던 말머리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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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을 주제로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PC 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가는 시절부터 포털과 전자상거래에서 일하며 쌓인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연재의 제목은 ‘이커머스 제(멋)대로 헤집어보기’입니다. ‘제대로’ 헤집고 싶지만 개인적 경험과 주관적 견해를 따르기에 객관적이기보다는 편파적일테니 ‘제멋대로’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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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헤집어보기 – 3. 쇼핑몰에서 사용자 경험(UX)의 역할과 가치 그리고 한계

(원문 게시일 - POSTED ON 2014/10/23)


주문한 지 30분만에 집 앞에 전달

배송료 무료, 반품도 무료, 365일 24시간 콜센터 운영


대형 쇼핑몰 중에 이런 쇼핑몰이 있을까? 있다. 우리나라는 아니다. 전자는 아마존이고 후자는 자포스다.

유튜브 영상으로 이미 유명세를 탄 아마존의 드론 배송은 이런 목표로 진행 중이고, DHL 역시 뒤를 이어 유사한 계획을 발표했다. 고객만족 서비스의 전설이 된 자포스는 신발 전문 쇼핑몰로 출발해 이미 2009년 매출이 11억 달러(약 1조 4천억원)를 돌파했다. 그들은 런칭 초기 온라인 주문을 어려워하는 고객들을 위해 사이트 곳곳에서 전화주문을 유도하기도 했고, 콜센터 전화상담 요원들을 내부 정규직원으로 운용하며 콜당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정해진 시나리오나 스크립트 매뉴얼도 없이 몇십분간 쇼핑 상담을 해주기로도 유명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용자 경험(UX)의 의미


해외 전자상거래 업체는 이미 경쟁의 격전지가 사용자 경험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화와 물류 인프라의 진화, 모바일 사용 확대와 핀테크(Finance + Technology)의 신기술 트렌드, SNS와 디지털 콘텐츠를 상거래 서비스에 결합하는 컨버전스 등을 중심으로 ‘아니 뭐 이런걸 다..’의 수준까지 사용자 경험이 극을 달린다.


UX(User experience)로 통용되는 사용자 경험은 IT업계에서도 명확한 듯 모호하고 모호한 듯 명확하게 쓰이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컴퓨터 분야의 HCI(Human Computing Interface)에서 출발해 IT 업계 전반으로 번져 제품과 서비스 설계를 다루는 모든 산업으로 퍼졌다.


결국 도널드 노먼(Donald Norman) 등의 업계 구루들에 의해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지각과 반응, 행동 등 총체적 경험’이라는 류의 정의로 정리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온라인 서비스의 UI(User Interface) 디자인과 혼용되던 잠깐의 시기는 애플의 시장 영향력 확대와 맞물려 최근 몇년 사이 위와 같이 철학에 가까운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커머스 입장에서 시니컬하게 보면, 과거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나 브랜드 마케팅 극단에서 튀어나오는 BX(Brand experience)와 뭐가 그리 다를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시니컬하게 보지 않기로 한다. 그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서다.


뭐라 부르든 유통에서는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사용자) 중심으로 흐르며 발전해왔고, 온라인 유통에서도 그 길을 걷고 있을 뿐이다. 사실 유통에서 사용자 경험의 설계와 고민은 오프라인에서 더 세밀하고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우리가 편의점이나 마트 계산대 앞에서 문득 잡스런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든가 생활용품 매장 가는 경로가 아이들이 떼쓰는 동선이거나, 백화점에 창문이 없는 전통은 모두 그러한 산물이라 하겠다.


eCommerce에서 UX의 역할과 가치


이전 회 칼럼(이커머스 운영 공식과 마케팅의 딜레마)에서 이야기한 공식을 잠시 떠올려보자.


GMS = UV X CR X CT
(매출 = 순방문자 x 구매전환율 x 객단가)


매출을 구성하는 이 세 가지 요소는 각각 상품(MD), 마케팅, 서비스 기획/개발 등의 역할과 역량들이 유기적으로 뒤섞여 있다. 어느 특정 요소가 어느 특정 역량 하나에만 속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미세한 비중 차이로 나눠보면 이렇다. 방문자 증대의 주도적 역할은 마케팅, 객단가는 상품구성, 구매전환은 사용자 경험.


칼럼 첫회(이커머스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와 계층 구조)에서 말한 이커머스 3대 핵심 가치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구매전환 역시 사용자 경험보다는 거래에 대한 신뢰, 상품의 적정성과 구색, 가격경쟁력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3대 핵심 가치에서 일정 수준을 확보했고 경쟁사와 변별력이 크지 않다는 전제에서 보자는 시각이다. 이유는 쇼핑몰 운영 공식에서 조직의 역할 혹은 역량별로 기여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고자 함이다. 그렇게 보면 사용자 경험은 쇼핑몰의 매출 발생 요소 중에서 외부에서 방문자를 끌어들이는 역할이나 객단가 제고보다 구매전환에 더 많은 기여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물론 개별 거래의 구매전환 증가는 인당 기준의 객단가 향상에 결국 연결된다).


이 접근법의 산출물 중 하나가 흔히 볼 수 있는 UI 형태인 ‘연관상품 노출’이다. 이는 꼭 쇼핑몰이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미디어 플랫폼에서도 중요하다. 필자는 이에 가장 뛰어난 서비스로 사실 쇼핑몰이 아니라 YouTube(유튜브)를 꼽는다.


유튜브를 자주 사용하면 공감할 것이다. 어느 한적한 시간 유튜브에서 영화 예고편이나 뮤직비디오 하나 잘못(?) 클릭하면 본 영상 옆 줄에 스르륵 나열된 관련 감독, 아티스트, 장르의 연관 콘텐츠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한번 클릭하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30-40분은 훌쩍 흐르고, 보려 했던 영상 이외에 수십편을 추가로 소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유튜브가 제공하는 광고 역시 모두 소비한 것은 물론이다. 무료라서 부담없이 이용한 이유도 있겠으나, 한편으로 나는 돈보다 소중한 시간을 썼고 나의 그 황금 같은 시간을 지불해 그들이 내게 팔고자 했던 광고를 기꺼이 구매(시청)해 주었다. 대한민국에 살아서 제대로 이용해본 경험은 드물지만, 미국의 넷플릭스는 그 역량이 하늘을 찔러 유료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연관 구매 알고리즘의 고도화를 통해 매출이 주가를 견인할 정도다(참고 : 넷플릭스는 어떻게 헐리우드 영화를 분해하는가).

[그림 1. YouTube에서 영화 ‘Fight Club’ 예고편을 볼 때 나타나는 연관 콘텐츠(우측)]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이런 역량이 구매전환에 있어 매우 중요하며, 당연히 매출에 영향을 준다. 큰 규모의 광고를 집행하거나, 비용까지 투입해 낮은 가격을 굳이 유지해가며 가격비교 사이트 상위를 차지해 방문자를 유도했다. 그러나 해당 상품이나 할인기획전에 흥미를 느껴 클릭한 방문자가 이내 상품 설명을 읽다가 실망해 그 지점에서 이탈한다면? 비록 광고 구좌에서 노출된 바로 ‘그 상품’ 때문에 온 고객일지라도, ‘그 상품’ 하나에 실망을 느껴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만 있기엔 지불한 비용이 너무 크고 상사의 히스테리가 너무 거세다. 결국 우리 쇼핑몰이 구비한 다른 상품과 프로모션을 어떻게든 더 많이 보여주고, 더 흥미롭게 제안해 결국은 구매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서비스의 외형 설계와 내부 알고리즘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 상식을 넘어 사용자 경험을 위에서 말한 개념에 빗대어 넓힌다면, 장기적이고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역할로 이어진다.

[그림 2. 구매전환율이 개선될만큼 좋은 사용자 경험의 축적은 결국 브랜드 경험으로 쌓이고 그것은 방문자의 증가 특히 재방문(Retention)과 고객충성도(Loyalty) 제고로 이어진다.]


그림2.와 같이 구매전환율을 높일 정도의 사용자 경험이 개개의 고객에게, 개개의 거래마다 쌓이게 되면 그것은 브랜드 경험(BX, Brand experience)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다시 방문자의 증가로 이어지는데, 이때의 방문자는 광고 집행을 통해 유입된 신규 방문자나 일회성 방문자와는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재방문/재구매(Retention)와 고객충성도(Loyalty)가 높은 방문자 비중이 높고 타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Referral)로도 전이된다. 서두에 언급한 자포스는 재구매율이 75%가 넘고, 신규고객 중 광고로 유입된 고객이 44%인 반면 입소문으로 유입된 고객이 43%라 밝혀진 바 있다.


eCommerce에서 UX의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경험의 혁신이 매출의 혁신이 될 수는 없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상품과 가격의 허들은 높다. 가격 경쟁력과 상품력이 떨어지는 쇼핑몰이 완성도 높은 UX만으로 판세를 뒤집을 수 없다는 얘기다. 고전하는 업계 입장에서 보면 유통의 슬픈 자화상이고, 현실로 보면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갖춘 국내 온라인 쇼퍼들이 엄격히 들이대는 잣대다. 스마트폰 시장은 음성통화 품질이나 단말기 가격을 벗어나 누가 더 앞선 사용자 경험과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느냐로 시장이 갈렸지만 이커머스 시장은 아니다. 적어도 ‘아직은’ 그렇다.


그러나 때로는 쇼핑몰 시장에서 이러한 사용자 경험의 한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반대의 관점으로 현실에 반영되기도 한다. 상품력과 가격경쟁력에서 뒤쳐지는 업체가 어찌됐든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면, 그리고 그 핵심 가치를 따라잡는 캐치업 기간 동안 변별력을 함께 키워내야 한다면, 그 역시 사용자 경험에서 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상품에 터무니없는 가격차이나 혹은 구매결정이 어려울 만큼 상품구색이 취약하지 않다면, 결국 사용자 경험에서 차별적 가치를 제공해야 소비자가 그 쇼핑몰에 가야할 이유가 생긴다.


선두 업체간 경쟁 역시 마찬가지다. 상품의 가격은 무한히 내려갈 수 없다. 상품의 구색도 일정 수준 이상이면 의미가 퇴색한다. 아무리 열심히 TV광고를 해도 소셜커머스 3개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콜센터에 전화하는 상담고객이나, TV홈쇼핑 5개사를 구분하는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채널 재핑(Channel Zapping) 고객에게 자사의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충성도에 기반한 리텐션을 얻고자 한다면 결국 사용자 경험의 차별화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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