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수 Jul 03. 2017

이커머스 사업 진입의 접근방법 차이-2

개정판 eCommerce 제(멋)대로 헤집어 보기 #5

2014년 플래텀에서 연재했던 이커머스 잡설을 손봤다. 어색한 문장 몇 마디 바로잡고 가끔은 그림도 바꿨다. 브런치를 시작하는 Kick-off 정도로 생각한다. 당시 이 주제로 플래텀에서 연재를 시작하며 달았던 말머리는 이랬다. 

-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을 주제로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PC 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가는 시절부터 포털과 전자상거래에서 일하며 쌓인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연재의 제목은 ‘이커머스 제(멋)대로 헤집어보기’입니다. ‘제대로’ 헤집고 싶지만 개인적 경험과 주관적 견해를 따르기에 객관적이기보다는 편파적일테니 ‘제멋대로’가 되겠습니다."

-

다섯 번째 헤집어보기 – 5. 이커머스 사업 진입의 접근방법 차이 – 2

(원문 게시일 - POSTED ON 2014/11/26)

(MBMJ의 팝업스토어와 소셜 화폐 마케팅)


지난 회 대기업의 이커머스 사업 접근방법에 관한 글에 이어 이번 회는 패션잡화를 중심으로 한 모노 브랜드의 이커머스 접근방법과 그들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다.


수서양단(首鼠兩端)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간 패션 브랜드 특히 가방 신발 등 잡화류 모노 브랜드가 이커머스 시장을 바라보는 정서는 한마디로 그랬다.

여기서 ‘모노 브랜드’는 개별 브랜드를 구분하고자 썼다. 예를 들어, 제일모직이나 LG패션은 하나의 패션 브랜드라기보다, 여러 개의 모노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다. 그들이 가진 ‘around the corner’(LG패션)나 ‘Beaker’(제일모직) 역시 모노 브랜드가 아니다. 편집숍 혹은 셀렉트 숍 브랜드다. 빈폴, 에잇세컨즈, 헤지스 등은 각각 모노 브랜드다. 대기업 그룹사가 아니라 단독기업인 모노 브랜드도 많다. MCM, 루이까또즈, 지니킴, 슈콤마보니, 쿠론, 덱케 등등. 물론 그 중에는 코오롱이나 이랜드, 한섬 등의 패션 기업이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각각의 브랜드를 이 글에서는 모노 브랜드라 칭했다.


에이전시 업의 특성, 그리고 이커머스 회사를 여럿 거친 필자 특성상 기업이 고민하는 이커머스의 주제도 트렌드가 있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최근 2-3년은 패션잡화를 중심으로 한 모노 브랜드의 이커머스 고민을 자주 접한다. 그들 역시 이커머스의 지속적 성장세는 물론 그것이 소비자들의 일상에 천착함을 20년간 지켜봤다. 그 앞에서 주춤대는 동안 이커머스가 가져온 소비자 환경변화는 급속하게 변했다. 또한 소셜미디어는 유행이 아니라 삶의 인프라로 굳었고, 모바일 커머스까지 밀려오자 더이상 이커머스와 자사 브랜드의 고고함을 분리할 수 없게 되었다.

흔히 ‘럭셔리 브랜드’라 불리는 브랜드들, 이를테면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은 아직도 공식적인 온라인 유통 경로를 활성화하지는 않고 있다. 방뜨프리베(Vante Privee), 길트(Gilt.com) 등과 같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이나 이와 유사한 국내의 클럽베닛 등에서 유통되긴 하지만, 이는 제한된 회원제 서비스로서 일정기간 동안 일부 제품군의 한정된 물량을 유통하는 폐쇄적 서비스다.


반면 세미럭셔리 혹은 컨템포러리 브랜드라 불리는 중가 브랜드들은 (특히 국내의 경우) 훨씬 적극적으로 이커머스에 대응하고 있고, 실제 매출 비중과 역할도 해마다 커지는 추세다.

이들의 이커머스 고민은 사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해 한 곳에서 만난 결과다. 하나는 고객과 인터랙션이 점점 중요해지는 온라인 마케팅 화두에서 출발한 마케팅의 고민, 또 하나는 유통 환경의 변화와 매출 성장의 압박에서 출발한 사업의 고민이다.


마케팅적 고민에서 출발한 이커머스


먼저 마케팅의 고민 궤적을 따라가 보자.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가 열리기 전, 여느 산업처럼 패션 브랜드 역시 4대 미디어 특히 TV와 잡지를 통한 일방향적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마케팅 활동의 주축이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후에도 그들은 그들 고유의 보수적이고 조심성 많은 시각으로 접근했다. 온라인으로 브랜딩하는 행위 자체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까 염려하기도 했다. 기본적인 온라인 마케팅으로서 자사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부담스러울 만큼 강조된 비주얼로 구성하고, 주요 검색 키워드로 이어주는 정도로 시장에 대응했다.

그러나 SNS가 일상화되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고객과 소통하는 트렌드로 흐르자, 해외의 패션 모노 브랜드들은 적극적인 모드로 돌아섰다. 그들 중 일부는 온라인 전문 서비스에 준할 만큼 소셜미디어와 모바일의 매체 특성, 기술적 요인들을 활용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MBMJ)는 일찍부터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를 활용한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모션 사례를 남겼으며, 최근에는 트위터의 트윗, 페이스북의 좋아요, 인스타그램의 사진 게시 등의 SNS 활동을 소셜 화폐로 전환해 팝업 스토어에서 실물 상품과 교환할 수 있는 마케팅도 시도했다. 루이비통은 모바일 앱을 통해 자사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상품정보를 게임처럼 전달하는 서비스도 내놨다.

물론 대부분의 모노 브랜드들은 주로 SNS에 브랜드 소식, 프로모션 알림, 패션 관련 콘텐츠 게시 등의 수준이지만 이 역시 온라인 매체에 대해 냉랭한 시각으로 움츠리던 과거 국내 모노 브랜드에 비하면 큰 차이다.

반면 국내의 경우는 그에 비해 훨씬 냉정하고 현실적이거나, 아니면 반대로 과거 방식에 머물며 소비자 현실과 유리되기도 했다. 모순된 두 가지 모습이 공존했던 것이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모습은, 가시적 성과가 없거나 매출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를 두지 않는 시각이다. 이를테면 하루에 방문자가 몇명이나 된다고 혹은 매출로 이어지지도 않는데 많은 돈을 들여 모바일 게임이나 알람 앱을 만드냐는 시각이다. UNIQLO WAKE UP 앱이나 MBMJ가 해시태그를 통해 일반인들 중에서 다음 시즌 캠페인 모델을 모집했던 사례 등은 자사가 최초로 시도하기에 부담스럽다는 것이랄까.


현실과 유리된 모습은, 그들의 기존 방식에는 ROI를 따지지 않고 관습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이다. 패션 필름이나 메이킹 필름은 직원이나 기자 외에는 거의 보지 않을지 몰라도 시즌마다 수억원씩 쏟아붓고 몇달 후 자취를 감춘다. 유튜브에서 조회수 1,000을 넘기지 못하지만 안 만들고 넘기자니 뭔까 찜찜하다. 특히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모노 브랜드의 홈페이지들은 웹 표준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해 그 엄청난 (그러나 기술적으로는 때론 조악하기까지 한) 플래쉬로 뒤덮혀 있었다. 모바일 대응이 어그러지는 건 당연했다.


이렇듯 모순된 모양새였지만, 다행이 남들이 다하는 대세로 확인되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어느 순간 ‘지금은 모바일 시대’가 세상 모두의 캐치 프레이즈가 되자 모바일에서 깨지는 경우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페이스북이 대세가 되자 모두가 팬페이지를 만들고 대행사를 통해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운영을 맡기기 시작했다. 문제는 좋아요 늘리기 프로모션 외에는 고객 리텐션에 별다른 수가 없다는 게 고민이지만.


나는 국내 패션 모노 브랜드들의 이런 모순이 당연해 보인다. 이는 매출 규모와 자본력의 차이에서 온다. 국내의 대표적인 패션잡화 모노 브랜드를 꼽자면 단연 MCM과 루이까또즈다. 특히 MCM은 한류를 배경으로 국내뿐 아니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에서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그런데도 매출이 1조원이 안 된다. 올해에 비로소 6-7천 억원이 예상된다. 그중 절반은 해외 매출이다. 국내 시장이 주요 매출원인 여타 브랜드들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그러다 보니 회수가 불투명하고 리소스가 많이 투여되는 마케팅은 투자에 과감할 수 없다. 영업 마케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렵게 확보한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계측이 어렵다 해도 기존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해 온 이미지 메이킹 제작이나, 스타 마케팅은 지속해야 한다. 한정된 리소스는 전지현이나 미란다커, 국내 인기 드라마 PPL이나 헐리웃 스타에게 파파라치 샷 컨셉으로 스폰서링하는 데 써야 한다. 그리고 더욱 난감한 건, 국내에서는 이런 전형적인 접근이 매출과 고객 반응에 더 즉각적이라는 데 있다. 결국 리소스가 효율중심 마케팅과 실험적인 마케팅을 둘다 할만큼 충분치 않다면, 전자로 기운다.


사업적 고민에서 출발한 이커머스


이즈음에서 사업 측면의 고민 궤적을 따라가 보자.

국내 유통 산업 전체를 살펴보자면, 패션잡화의 모노 브랜드가 판매할 수 있는 접점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다. 자사 브랜드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 백화점 입점, 온라인 판매다. TV홈쇼핑은 아슬아슬하고, 재래시장이나 마트, 편의점에서는 팔 수 없으니 말이다.


중저가 아웃도어 브랜드라면 몰라도, 중가 이상을 지향하며 고고한 브랜드 포지션을 유지해야 하는 패션잡화 모노 브랜드는 현실적으로 프랜차이즈는 펼칠 수 없다. 그렇다면 편집숍 입점이나 자사 브랜드의 오프라인 직영 매장이어야 하는데, 국내 편집숍은 얼마 없고,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산업도 아닌데 점포수 확장으로 매출 성장을 견인할 수 없다. 주요 핫스팟에 플래그쉽 매장으로 진행될 뿐이다. 그래서 그동안은 백화점 입점으로 매출을 늘렸다. 백화점이라는 유통 채널 자체가 성장해왔기에, 전국 백화점 지점마다 확장에 열심이었고 그러면 됐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백화점이라는 채널 자체가 전년 대비 성장률이 점차 줄어 급기야 물가성장률을 밑돌기도 했고 유입 고객들조차 줄어들거나 고령화됐다. 반면 온라인 시장은 지속적으로 큰폭의 성장을 거듭했다. 브랜드 이미지 망가진다고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인터파크나 다음(디앤샵)처럼 태생부터 온라인 기업인 쇼핑몰만 있던 시절과 달리, 점차 롯데나 현대, 신세계 같은 백화점도 경쟁적으로 종합쇼핑몰을 만들었고 TV홈쇼핑 쇼핑몰 역시 백화점 쇼핑몰과 큰 차이 없어 보였다.


어느 순간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에서만 안 팔면 되겠다. 백화점이나 홈쇼핑 기반 종합쇼핑몰 정도는 괜찮겠다’는 분위기가 굳어지며 종합쇼핑몰의 매출 비중이 늘어갔다. 더 매력적인 것은 오프라인 백화점과 달리 온라인 채널에서는 고객의 수가 증가하고 연령층도 젊다는 점이다. 게다가 30%가 넘는 백화점 수수료에 비해 온라인 종합쇼핑몰의 수수료는 20%대로 현저히 낮았다.


그러나 온라인 매출의 경쟁이 격화될수록 쿠폰 남발과 할인의 유혹에 시달렸고, 그러다 보니 가격대 유지가 흔들리며 브랜드 가치의 훼손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발을 빼기엔 이미 온라인 매출 비중이 너무 커졌고 가격비교를 통한 고객들의 기민한 움직임에 경쟁사가 반응하게 되면 전체 실적에서 밀리게 되니 빼도박도 못하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


마케팅과 사업의 접점, 모바일 커머스


패션잡화 모노 브랜드의 이커머스 고민은 이러한 두 지점, 마케팅의 고민 궤적과 사업 성장의 고민 궤적이 만나는 지점에서다.


브랜드 새소식을 페이스북 팬페이지에 대행사가 올려주는 것도 한계가 있고 만날 새소식이 있지도 않다. 경품 주며 팔로워 늘리는 캠페인도 한두번이다. 검증가능하고, 매출에도 가시적 도움이 되며, 고객과의 인터랙션이 발생해 고객 정보나 고객 접점을 확보하고, 고객도 실제 브랜드를 소유하는 가장 근본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출 압박의 유혹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건 폭발적 성장의 이커머스다. 최근에는 모바일 커머스 성장에 따라 기회가 엿보인다. 그동안은 자사 쇼핑몰의 매출 비중은 전체 온라인 매출에서 20%를 넘기기가 어렵거나 애매했다. 타 온라인 종합쇼핑몰에 입점한 처지에 가격의 카니발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합쇼핑몰에서 쿠폰 할인 쏟아지는 것도 브랜드 가치 훼손될까 노심초사하는 마당에 자사 쇼핑몰에서 그보다 더 싸게 팔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난국에 모바일 커머스의 시대가 왔다. 거의 완전한 개인화가 가능한 환경에 놓였다. 기존보다 수월하게 고객 개개인과 접점을 갖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공개적인 온라인 공간에서 브랜드 가치를 무너뜨리면서 팔지 않아도 매출을 늘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상상이 현실로 다가올 법한 환경이 되었다. 그래서 패션잡화의 모노 브랜드들은 뭔가 해야한다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그것이 요즘 필자에게 전해지는 모노 브랜드들의 고민이다.


국내 패션잡화 모노 브랜드들의 고민과 접근방법을 대하면서, 결국 이커머스 특히 모바일 시대의 이커머스에서 그들의 마케팅 고민과 새로운 매출 동력을 찾아야 하는 고민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닿곤 한다.

LOUIS VUITTON City Bag App

Dior의 브랜드 모바일 앱,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자사 브랜드의 상품정보나 브랜드 소식의 콘텐츠 업데이트가 주요 내용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를 이용해 본인 사진을 업로드하면 그중에서 광고 모델 지원자격이 주던 MBMJ의 소셜 마케팅

이미 모바일 앱에서 히트친 유니클로 알랍 앱 UNIQLO WAKE UP. 이를 좋아했다면 사운드를 켜놓은 상태로 PC웹사이트도 방문해보기 바란다. PC웹-모바일앱, 사이트-SNS의 사용자 동선을 고려한 브랜드 경험과 사용자 경험의 유기적 설계가 좋다.

(필자 주 : 2017년 7월 현재 해당 PC 웹사이트는 사라졌다. 이 부분을 그래서 삭제하거나 수정할까 고민하다 그냥 남겨둔다. 몇년 전과 지금의 시장 대응이 이렇게 다르다는 점을 환기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