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물은 이미 그의 턱밑에서 넘실거리고 있었다. 차갑고 탁한 흙탕물이 그의 작업복 옷깃을 적시며 마지막 남은 체온마저 게걸스럽게 빼앗아 갔다. 머리 위, 유일한 비상등이 깜빡거리며 죽어가는 심장처럼 미약한 빛을 토해냈다. 그 빛은 수면에 어지럽게 부서지며, 뒤틀린 강철과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로 가득 찬 이 지하 통제실을 거대한 무덤의 내부처럼 비추었다.
강민준은 등 뒤에서 자신을 짓누르는 육중한 H빔의 무게를 느꼈다. 갈비뼈 몇 개는 이미 부러졌을 것이다. 숨을 쉴 때마다 날카로운 통증이 폐부를 찔렀지만, 이제 그 통증마저도 멀게 느껴졌다. 그의 온 신경은 오직 하나의 감각, 목을 조여오는 수압에 집중되어 있었다. 몸의 모든 세포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마지막 산소를 갈구했다. 곧 본능이 이성을 집어삼키고, 그는 물을 한가득 들이켤 것이다. 익사의 고통은 짧지만 지독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끝낼 수 없었다.
불과 3미터 앞, 물이 차지 않은 높은 제어 콘솔 위에 박진우가 있었다. 그의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이 재앙의 설계자. 진우는 흠뻑 젖은 채 넋이 나간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공포와 불신,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뒤섞여 기괴한 가면처럼 보였다.
민준은 마지막 숨을 모았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흡입이 아니었다. 이것은 그의 삶 전체, 그의 원칙, 그의 우정, 그리고 배신당한 신뢰를 응축하여 쏘아 보내는 마지막 한 발의 탄환이었다. 폐가 터질 듯한 압박감, 당장이라도 열릴 것 같은 후두의 경련을 그는 초인적인 의지로 억눌렀다. 그의 마지막 생명력이었던 그 공기는, 성대를 통과하며 정교하게 깎이고 다듬어져 명료한 음절이 되었다.
그것은 절규가 아니었다. 속삭임에 가까웠지만, 물의 표면을 가르며 진우의 고막에 꽂히는 저주였다.
"나중에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래?"
말이 끝나는 순간, 민준은 자신을 옭아매던 마지막 의지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의 입에서 작은 공기 방울들이 뽀르르 새어 나왔다. 그것이 그의 영혼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물이 그의 얼굴을 완전히 덮었다. 소음으로 가득했던 세상이 갑자기 거대한 막에 싸인 듯 먹먹한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눈앞에서 깜빡이던 비상등의 빛이 일그러진 수면 위에서 춤을 추다 흐릿한 빛의 얼룩으로 번져갔다.
그의 마지막 시야에 담긴 것은, 영원히 그 순간에 박제될 진우의 얼굴이었다. 그 얼굴 위로, 자신이 던진 질문이 보이지 않는 낙인처럼 새겨지는 것을 그는 보았다. 민준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진우의 남은 평생을 지배할 유령이 되고 있었다. 마지막 한 모금의 공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진우의 영혼에 영원히 메아리치게 만들었다. 그의 육체적 죽음은, 진우의 정신적 감옥이 시작되는 기공식이었다.
물이 빠져나가는 소리는 몇 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거대한 짐승이 마지막 숨을 토해내듯, 통제실은 꿀꺽거리고 신음하며 자신을 채웠던 재앙을 게워냈다. 마침내 물이 모두 빠져나가고, 진우가 갇혀 있던 콘솔 위로 축축하고 비릿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침묵 속에서, 단 하나의 소리만이 선명하게 살아남았다.
나중에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래?
민준의 목소리. 그것은 더 이상 기억이 아니었다. 부서진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섞여, 뒤틀린 철근이 바람에 긁히는 소리에 실려, 진우의 귓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음향이었다. 그는 귀를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소리는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고 있었다.
그 질문은 닫혔던 기억의 수문을 폭파시켰다. 진우의 눈앞에 과거의 편린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그와 민준은 단순한 동료가 아니었다. 같은 고향에서 자라 멱을 감고, 같은 대학에서 토목을 공부하며, 언젠가 고향을 지키는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자고 맹세했던 형제 같은 친구였다. 새천댐 건설 프로젝트는 그들의 꿈이 실현된 무대였다. 그들은 고향의 자랑스러운 아들들이었고, 이 댐은 그들의 기념비가 될 터였다.
기억은 어느 날 오후의 격렬한 논쟁으로 건너뛴다. 민준이 흔들던 지질 조사 보고서. 댐 주 수문 하부의 연약 지반. 보고서는 특정 수준 이상의 지진이나 수압이 가해질 경우, 지반 액상화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원칙주의자인 민준은 단호했다. "깊은 기초 파일 공법으로 가야 해. 1년이 더 걸리고 예산이 초과되더라도, 안전을 타협할 순 없어."
하지만 진우의 귀에는 투자자들의 압박과 정치인들의 성화가 더 크게 들렸다. 예정된 공기 내에, 책정된 예산 안에서 댐을 완공했을 때 자신에게 쏟아질 스포트라이트와 명예를 그는 떨쳐낼 수 없었다. 야망이라는 이름의 열병이 그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며칠 후, 그는 민준 몰래 하청업체와 만났다. 더 저렴하고 빠른 지반 다짐 공법으로 변경하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그는 돌아와 민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 마. 자네가 우려했던 부분, 보강 공법으로 다 해결했어." 그는 엔지니어링 기록을 직접 조작했다. 친구의 신뢰를 담보로, 그는 진실 위에 콘크리트를 들이부었다.
그렇게 묻어버린 진실은, 괴물이 되어 돌아왔다. 재앙이 닥치기 몇 시간 전. 기상청은 '천 년 만의 폭우'를 예고했다. 댐의 센서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통제실에서 미친 듯이 불어나는 수치를 보며 밤을 새우고 있었다. 그리고 새벽녘, 지반이 비명을 지르며 흔들렸다. 그들이 서 있던 통제실 바닥이 기우뚱하는가 싶더니, 주 수문 쪽에서 콘크리트가 터져나가는 굉음이 들려왔다. 지질 보고서가 예언했던 바로 그 시나리오였다.
물은 밀려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폭발했다. 벽을 부수고, 강철 문을 종잇장처럼 구기며, 수십 톤의 압력이 그들을 덮쳤다.
진우는 깨달았다. 이 홍수는 천재지변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묻어버린 거짓말이 물리적인 형태로 발현한 것이었다. 통제실을 채우는 저 탁류는, 그가 외면했던 책임의 무게였다. 댐의 구조적 붕괴는 그의 도덕적 붕괴가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였다. 그는 단순히 댐을 설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친구의 목숨을 앗아간 이 홍수 자체를 설계한 '홍수의 설계자'였다. 자연을 통제하려 했던 그의 오만은, 자기 안의 야망 하나 통제하지 못함으로써 완벽하게 파괴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진우는 진흙과 파편으로 뒤덮인 통제실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구조대의 희미한 외침이 멀리서 들려오는 듯했지만, 그의 세상은 이 폐허가 된 공간 안에 완벽하게 갇혀 있었다. 통제실은 이제 그의 정신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어둡고, 망가졌으며, 단 하나의 목소리가 끝없이 울리는 메아리 방.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래?
그 질문은 이제 인지적 기생충이 되어 그의 뇌를 파먹고 있었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질책("왜 그랬어?")이 아니었다. 미래에 대한, 영원히 이행 불가능한 계획을 요구하는 심문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생명이라는 빚을 무엇으로 갚을 수 있는가? 질문 자체가 답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었기에, 그의 정신은 해결 불가능한 문제 앞에서 무한한 공회전을 반복했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허공에 대고 대답하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다 말할 거야. 내가 보고서를 조작했다고, 모두에게 진실을 밝힐 거야."
하지만 그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머릿속의 목소리가 비웃듯 되물었다. 그게 책임의 전부인가?
"아니… 그럼, 내 전 재산을 털어서… 유가족들에게 보상하고, 이 마을을 재건하는 데 평생을 바칠게. 그걸로 안 되겠어?"
한 사람의 목숨값을 돈으로 계산할 셈인가?
"그럼 어쩌란 말이야!" 진우는 절규했다. 그의 외침은 텅 빈 공간에 부딪혔다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그는 민준이 마지막까지 있었던, 이제는 검은 뻘만 남은 그 자리를 향해 기어갔다. 손으로 진흙을 파헤치려다, 그 아래에 있을 친구의 싸늘한 육체를 상상하고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그는 비상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구조를 요청해야 했다. 이 지옥에서 나가야 했다. 하지만 마이크를 입에 대는 순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민준의 질문이 그의 성대를 틀어막고 있었다. 무슨 자격으로 구원을 요청한단 말인가. 그는 생존자였지만, 그 생존은 구원이 아니라 형벌의 시작이었다.
민준은 그저 죽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진우의 의식에 하나의 상태 변화를 일으켰다. 진우는 이제부터 자신의 죄책감이라는 감옥 안에서, 보이지 않는 감시자인 민준의 목소리를 들으며 영원한 심문을 견뎌야 했다. 그의 자유는 환상이었다. 그는 이제부터 민준이 설계한 판옵티콘의 죄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