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상담자 아빠, 일하는 편집자 엄마2, 아이에게 친구가 없다
우리 남편은 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하며 사람들을 상담했을 뿐 아니라 대학원에서 상담을 전공하고 실제 상담자로 현장에서 일했다. 남편은 사람을 보면 일단 어느 정도 성격 유형을 파악하는 편이다.
또한 남편은 심지가 굳고 웬만한 일에는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난 마음이 여리고 눈물이 많고 걱정이 많은 편이다. 둘째를 낳고 얼마 후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준비물을 주렁주렁 매달고 홀로 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안쓰러워 울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사흘 만에 이사 때문에 전학을 간 첫째를 새 담임에게 잘 부탁드린다고 부탁하면서 또 울었다.
나의 육아는 이렇게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곧 남편이 육아를 하고 내가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난 첫째가 낯가림이 없고 동네 놀이터에서 새로 만난 친구들과 잘 놀기 때문에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과 잘 지낼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는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할뿐더러 친구 관계가 힘든 나머지 학교를 엄청 싫어했다.
둘째는 남편이 재우고 첫째는 내가 재웠는데, 첫째는 밤마다 자기가 학교에서 얼마나 힘든지 친구들 때문에 얼마나 괴로운지 토로했다.
난 첫째 아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마음이 무너지고 머릿속이 온통 걱정으로 가득했다. 아이가 너무 자기 위주의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조언을 해도 아이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통 저학년 아이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려면 엄마끼리 친해야 한다는데, 난 일하는 엄마다 보니 아는 엄마가 없었다. 아이를 위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아이가 잠들자마자 남편에게 달려가 아이의 이야기를 하자, 남편은 시크하게 이렇게 말했다.
“난 다 예상했던 일이야. 첫째의 성향을 가진 애들은 친구 사귀기 쉽지 않아. 그래서 왕따나 전따가 많아. 스스로 깨닫고 바뀌지 않는 한 어쩔 수가 없어.”
언빌리버블! 뭣이라고? 남의 아이 이야기하는 거야? 남편의 말에 너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남편은 전혀 흔들림 없이 이어 말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가 지켜봐 와서 알지만, 첫째가 좀 느려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잖아.”
그 이후에도 아이의 토로는 계속되었고, 그때마다 나는 마음이 괴로웠지만, 남편은 한결같았다. 첫째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참 신기한 것은 처음에는 남편의 반응이 당황스러웠지만, 내 마음도 조금씩 안정되어 갔다는 것이다. 아이는 이제 곧 3학년이 되지만 여전히 친구관계를 어려워한다. 물론 초등학교 1학년 때와 비교하면 아이는 조금 더 성장했다.
내가 아이를 대신해 학교를 다닐 수도 없고 친구를 만들어 줄 수도 없다.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남편의 말처럼.
만약 내가 육아를 했다면, 난 늘 눈물바람이었으리라. 심지가 굳고 사람의 성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남편은 아이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에 맞게 대응해 준다.
그런 남편이 있어 나도 단단한 엄마가 되어 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