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산티아고

by 조은결


기쁨이 없는 사람에게서 고통이 앗아갈 것은 없고,
고통은 결국 기쁨의 충만함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

<조연정 문학평론가>



산티아고를 가기로 결심 한 이후
무엇을 하던 산티아고란 단어가 머릿속에 늘 잠재해 있다.

연말, 교토 여행을 갔을 때
우연히 노스페이스 매장에 들어가게 됐고, 그곳에서 친절한 한국 직원을 만나 가방을 소개받았다.

두 번째의 가방 탐색이었다.
3만 엔 정도의 가격이었는데, 여러 기능도 마음에 들어 살까 말까 고민이 되었으나, 매장 방문은 일정에 없던 것이기도 했고 역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한 번 더 다른 브랜드를 탐색해 보고자 복잡한 마음으로 매장을 나왔더랬다.

여행 후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역시 오스프리를 사라는 말들이 많다. 특히 카이트라는 제품을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조만간 매장에 찾아가 직접 매볼 예정이다.

문재는 한국 인터넷에 비해 일본이 15만 원 정도는 더 비싸다는 점! A/S까지 생각했을 때 여러 가지로 고민되는 지점이다. (나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 다행인 건, 어떻게 결정을 하든 아직도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작년 9월에 마음을 먹어, 산티아고에 가기까지 총 8개월의 준비기간이라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닌가 했는데, 어젯밤에 본 동영상에서는 1년을 준비했다고 한다.
굉장히 위로받았다.

시간이 남아 있기는 해도, 나에게 주어진 원래의 일상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촉박한 마음까지도 든다.
되도록이면 빨리빨리 물건 구입해 놓고
스케줄표도 완벽하게 짜서 가고 싶다.

TJ의 습성은 어쩔 수 없다.

요즘에, 너무 준비에 소홀했던 것 같아서 산티아고 동영상을 틀어 놓고 잠을 잤다. 30분이면 동영상이 자동으로 멈추게 설정해 놨었는데, 무슨 일인지 새벽 5시가 넘도록 계속 재생이 되고 있었다. 새벽에 잠이 깨서 개운하지 않은 몸을 느꼈다.

동영상을 보면서 느낀 건, 역시 언어는 좀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는 인상이었다. 영어도 전혀 안 돼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스페인어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느낀 건, 은근 혼자 걷는 시간들도 많을 것 같다는 거다. 좋은 동행이 생기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산티아고에서의 고생을 미리 상상하며, 지금 누리는 일상을 더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걷지 않아도 되는, 무겁지 않아도 되는, 먹고 싶을 때 싸고 싶을 때 뭐든 할 수 있는 자유.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것저것 불만이 많은 요즘이지만, 고통을 미리 생각하면 오늘의 편안함이 소중해진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8화샤를드골 공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