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의 계절>

by 조은결

작년부터 감을 그렇게 먹었다.
딱딱한 감을 한 박스 사다가
말랑해진 감부터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다.


한동안은 여전히 딱딱하더니
어느 날 밤 사이,
대봉 하나가 말랑해져 있었다.
그게 늘 신기했다.


같은 박스 안에 있어도
감마다 익는 시간은 달랐다.
나는 서두르지 않고
그 차이를 기다리며 먹었다.


한 박스가 비워질 즈음
또 한 박스를 사 왔고
그렇게 감의 계절을 보냈다.


어느 날 시장에서
감 박스가 사라졌다.
대신 귤 한 박스를 사
집 입구에 두었다.


귤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귤을 며칠 먹다
냉장고 깊숙한 곳에서
감 한 개를 발견했다.
한 달 전 지인에게 받았던 단감이었다.


한때는 크고 단단했을 감은
마르고 물러 있었다.


그 아침,
나는 귤이 아니라 감을 집었다.
식칼로 네 등분해 깎아 먹었다.
단맛이 입 안 가득 번졌다.
자연이 주는 단맛이었다.


마흔이 넘도록
감이 이렇게 맛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감이 좋아졌다.


그제야
감만은 숨겨 두고 드시던
엄마가 떠올랐다.
네 딸들이 뺏어 먹을까 봐
몰래 아껴 드시던
그 모습까지 함께.


딸들에게는 늘 내어주면서도
감만은 끝내 지키시던 엄마.
그래서 더 귀여웠던 엄마.


나이가 들수록
엄마를 닮아 있는 나를
가끔 발견한다.
낯설고,
설명하기 어려운 경외심 같은 감정과 함께.


외국에 나와
떨어져 살고 있는데도
마흔이 넘어
나는 그렇게 엄마를 닮아 간다.


하루 밤 사이에
갑자기 익어 버린 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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