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니었다.
출장 갔다 온 남편에게 화가 났다.
출장 가서 벌어 온 돈보다
더 비싼 선물을 사 와서 화가 났다.
선물을 받고도 좋아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선물과 남편이 없었을 때 혼자되었던 시간을 저울 질 하는 내가, 남편이 기대하는 환한 웃음을 보여주지 못한 내가, 싫었던 엄마의 어떤 모습이 나에게도 덕지덕지 붙어 있었음을 알게 된 순간의 내가
밉다. 너무.
안 그럼 더 좋을 텐데.
남편이 미운게 아니라 내가 미운 걸 알았으니
바꿔야지.
비싼 옷 입고 환하게 웃으며 한 바퀴 돌아야지
설사 그 옷이 맘에 안 들어 못 입을지라도
그 값어치는 잃지 말아야지.
웃자.
환하게 넘기다 보면
조금 더 잘 넘어가겠지
그깟 돈이 무엇이라고
성의와 마음까지 무시할까.
<그로기 안 그로기>라고 제목을 붙여 놨었다.
글을 썼다가
지웠었다.
안 쓰길 바랐다.
그러나
상태가 안 좋은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안 좋긴 해도, 글이 써지고 올려지는 걸 보면
제목을 만든 날보다는 한참 수위가 덜 한가보다.
중요한 건, 그날
내가 왜 그토록 힘들어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글도 쓰고 있자니,
별것도 아닌 게 보인다.
별것도 아닌 걸로 기분이 긁히고 있었다.
글을 쓰면서 감정이 바뀌었다.
불편한 것과 마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끔 이런 단판은 필요하다.
글의 힘이다.
자....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