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란 무엇일지 생각해.

마무리

by HYUN

아직 오지 않은 순간의 열린 결말이야. 인생의 작은 기대 같은, 끝나지 않은 엔딩크레딧 같아. 영사기는 계속 돌아가는 거지. 준비할 수만 있다면야, 밀도 높은 인생작이 나올 수 있을까? ‘마무리’라는 단어를 건네받고는 상상했어. 내가 있는 곳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오는 무대 위가 아니었어. 막이 내리고 난 후, 집으로 향하는 길목인 거야. 그때가 온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길 위에 있을 거야.



삶과 죽음의 순환과 달리, 매듭지어야만 하는 일이 있기도 해. 국회에 계류된 법안처럼 속히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 말야. 업무는 우선순위를 선정해야 마감할 수 있고, 결재권자가 아니어도, 매번 최종이라고 생각하고 점검해야겠지.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인가 봐. 직장인 시절에 만난 분들이여 ‘참으로 고마워요.’라고 인사를 다시 해야 할까 봐. 모두가 인턴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기도 해. 사회 초년생 때는 퇴사 의사를 전달하는 게 어렵더라. 마지막 근무일에 동료들과 나누는 인사가 나에겐 중요했어. 내가 택한 마지막 인사는 그림엽서를 전하는 거였어. 담백해지고 싶었거든. 나의 그림을 기억할까? 나를 지금도 떠올릴 때가 있을까? 궁금해지네.


해가 바뀔 때마다 품격 있는 마무리란 무엇일지 생각해. 베이비부머의 은퇴 쇼크를 보고, 노후 준비에 착수하기 전부터 깜깜하고, 갑갑한 거야.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것을 미리 결정하려 하더라. 그런데 치료가 고통의 연장일 수 있으나, 그 끝에 자신의 의사는 알 수 없는 거야. 심리 변화 과정을 거칠 수 있기 때문이지. 연명의료결정법에 면밀한 재고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야. 무엇보다 본인의 의사를 추정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 끝맺음에 고난이 따르기도 하는 거야. 진짜 생의 마지막을 앞둔 사람들의 말은, 온통 사랑과 감사야. 평범한 일상에 경이로 가득 차 있어. 끝이 있다는 걸 알기에, 살아가는 거야. 글에는 첫 문장과 끝 문장이 있지. 난 아직도 끝 문장에서 더듬거리고 있어. 다시 쓰기를 반복하는 거야. 끝을 낼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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