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그래, 아닌 걸 알지만 먼저 보이는 거야. 생김새인 인상 보다, 마음속에 새겨지는 인상이 중요한데 말이지. 외모가 평가나 구별을 위한 기준이 되면 안 되는 거잖아. 그렇다고 외면을 본다고 폄훼하는 것도 편견이라고 생각해.
‘옷으로 사람 판단한다’라고 하는 사람에게, 음악가 정재형은 “옷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센스를 보지. 옷으로.”라고 해. 이 말을 듣고, 대학 시절 개봉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생각났어. 두 개의 벨트를 두고 고민하는 동료를 보고 웃자, 미란다는 “뭐가 웃기지?”라며 앤디를 쳐다봐. “제 눈엔 똑같아 보여서요. 전 아직 이런 거에 익숙지 않아서”라고 하자, 미란다는 “이런 거? 이게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보풀이 잔뜩 일어난 블루 스웨터를 껴입고, 대단한 지성이나 갖춘 것처럼 굴지. 그런데 넌 자기가 입고 있는 게 뭔지도 모르고 있어. 그건 그냥 블루가 아니야. 정확히 셀룰리안 블루야. 또 당연히 모르겠지만, 2002년엔 오스카 데 라 렌타와 이브 생로랑 모두 셀룰리안 컬렉션을 했어. 셀룰리안 블루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 백화점에서 사랑받다가, 비극적이게도 네가 애용하는 매장으로 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수많은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했어. 그런데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거' 중에 고심해서 선택한 그 스웨터를 입고 있으면서, 자신을 패션계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다니. 그거야말로 웃기지 않니?”라고 또렷하게 말해. 숨은 노고가 삶의 일부를 창조한다는 걸 보여준 거야.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놀라운 얼굴과 비율 그리고 완벽한 복식, 이 모든 게 다 있어도 에티튜드와 소울이 없으면 완성할 수 없잖아. 생김새보다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는 건 따로 있어. 눈빛과 목소리, 특유의 표정과 제스처 같은 거 말야.
거울 좀 그만 보라고 하지 않을래. 자화상을 그리는 화가처럼 자신을 바라봐.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너는 누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