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 만나는 사이

금요일

by HYUN

“금요일에 시간 어때?” 금요일에 만나는 사이는 그만큼 좋은 사이 같아. “금요일에 만나.”라는 건, 아껴 쓰고 싶은 시간을 함께 보내자는 말이니까. 특히 일이 없는 토요일을 앞둔 금요일이라면 말야. 아무튼 성취감이든 피로감이든 소진 되어가는 무렵일 테니까. 금요일 약속만으로도 기분은 다른 기류를 타게 돼. 금요일에 너를 만난다면, 다른 날을 기대할 수 있을 거야. 짧디짧은 만남이라도, 충분한 하루로 마무리할 수 있는 거지.



난 1인이 모든 것을 해내는걸, 업으로 하고 있어. 그러다 보니 금요일이 예전 같지 않을 때가 많아. 서교동 작업실을 오갈 때면, 스치는 사람들 틈 사이를 헤치고 바삐 걸어갈 뿐이야. 그럼에도 사람들의 달뜬 에너지는 전해져. 요일을 잊은 날에도 ‘아 금요일이구나’ 하고 알게 돼. 이번 주 금요일에는 약속을 잡으려고 해. 목요일이 마감일이거든. ‘저자는 책의 출간과 함께 사라진다. 저자에게 책의 출간은 책과의 결별이다. 꿈꾸어 온 책, 막내로 태어나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자식과도 같은 책과의 결별.’이라고 한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조금 전의 그런 말들을 하다 보면 울게 된다.”라고 했어. 이 말에 난, 오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글과 헤어지기 위해 금요일엔 거리로 나가려는 거야. 금요일만의 정서를 느끼고 싶어졌거든.


오래전부터 나의 금요일은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으로 기억돼. 매주 금요일 아침이면 언니에게 글을 읽어 주었거든. 좋은 시를 찾아다니는 평론가의 고정 칼럼은 위안이고 잠깐의 쉼이었어. 목소리를 내는 일이 곧 내 작업인 지금, 그때의 기억은 남다르게 다가와. 내가 쓰는 글이 활자뿐 아니라, 실존하는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졌으면 해. 행과 행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 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표현하고 싶은 거야. 언니에게 낭독했던 그때처럼 말야. 그래서 말인데… 너와 나의 목소리를 통해 읽는 시는 완연 다를 것 같아. 우리 금요일에 만나, 시 한 편을 같이 읽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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