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나이를 잊은 채 산다. 어느새 너는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 아직도 난 “몇 살이에요?”란 질문을 받아. 그러면 ‘몇 살이더라.’ 속으로 생각한다니까. “지금이 그럴 때냐고.” “그럴 나이는 아니잖아.”라고 떠드는 사람들을 보면, 순식간에 무지렁이가 된 기분이 들지. 서글프지는 않아. 말 안 되는 소리를, 말이 되는 척하는 건데 뭘.
보통 나이 서른에 유난하게 신경을 쓰잖아. 막상 난 서른이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러다 서른여섯에 몸과 마음이 어찌할 수 없게 아팠어. 나에 관한 망각의 시대를 지독하게도 살았던 거지. 나중에 알고 보니, 서른여섯이 건강에 큰 변화가 있는 시기더라고. 의학 서적을 보면서, 자신의 건강을 등한시했던 거야. 특정 나이대뿐만 아니라, 단 하나의 생물로 리듬을 체감해야 할 것 같아. 그저 떠밀리듯 나이 들고 싶지 않아. 그런데 붙잡는 것도, 밀어붙이는 것도 나이가 아니더라.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자각하는 게 먼저지, ‘몇 살이더라.’라고 떠올릴 겨를은 없는 거야. 나이는 잊어도, 지난날을 잊지 말자. 가만한 발자취에도 소리가 나는 법이니까.
어지러운 세월이란 게 있지만, 시간이 흘러 좋은 것이 있잖아. 시간이 지나 상하지 않고, 숙성돼 감미로운 와인처럼 말야. 가수 아이유의 ‘스물셋'을 오랜만에 들었어. 지금의 아이유는 그때의 ‘스물셋'이 어떻게 들릴까? 수수께끼를 내는 도발적 전개로 시작된 그녀의 나이 시리즈는, 스물다섯엔 ‘이제 조금 알 것 같아'라고, 20대의 마지막엔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다음으로 가요'라고… 한 해 한 해 확실히 다른 자신을 노래해. 우린 무얼 노래할까?
우리 둘이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사랑스러운 추억’을 같이 읽고 싶어졌어. 아름다웠던 만큼 그대로, 그때의 나이로 기억하고 싶어. 여전히 그 기억에서 재회하는 거지. 아름다운 청년 윤동주의 시구를 띄우며, 아스라한 지난날을 떠올리자.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