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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하루( 미주 한국일보, 생활 수기, 가작 수상)

by Hyuntae Kim

전 장 (戰 場) 의 하루

김 현태

차가운 바람이 11월말 아프가니스탄의 아침을 깨우고 있다. 여느 아침과는 다르게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부산스럽기 까지 하다. 하기야 이곳에서 그렇게 고생하던 한 대대가 다른 지역으로 명 (命) 받고 이동 준비를 하는 것이니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들은 지난 4월 이곳 작은 CAMP에 배치되어 감옥 (부대 담벼락은 철저 망으로 둘러쳐 있다.)과 같은 생활을 하다 간다. 미군으로 파병되어 이 나라(아프가니스탄)의 안위와 미국과 세계 평화를 위해서 일을 하다 또 그들이 필요한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다. 지금 이 곳 보다 멀리 전방에 가까운 곳으로 말이다.

요란한 John deer(농기구 회사의 이름)가 만든 4륜 구동이 흙먼지를 흩날리며 군인들의 짐을 실으러 온다. 추운 아침인지라 얼굴만 보일 정도로 다들 얼굴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추위로부터 그리고 다른 곳에 가야 한다는 두려움을 철모 와 두건으로 감추고 있다. 썬글라스 너머로 보여지는 그들의 눈빛에서 새로운 각오을 다짐하는 것이 역력하다. SSG에게 말을 걸었다. “How are you this morning?”, “are you ready to go?” 돌아오는 답은 “I’m always ready. Sir” 그의 말에 안도의 숨을 고른다. 그의 짐을 4륜 구동에 싣고 Motor Pool(수송대)로 갔다. 이미 그곳에는 이곳을 떠나기 위해 이른 새벽에 도착한 호송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HUMVEE를 비롯하여 5톤 트럭 그리고 중무장한 MRAP(사제 폭발물을 견딜 수 있는 차량)이 군인들을 태우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다. 이 친구들과 난 4개월을 같이 하며 웃고 떠들었다. 이제 이들과 헤어질 시간, 이들은 또 다른 임무를 위해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새 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 3월에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군인들이 Formation(군인들이 연병장에 모이는 대형)을 갖는다. Advance Party(선발대)는 이미 며칠 전에 이 곳을 떠났고 바로 오늘 본진이 가는 것인데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하게 밀려오는 것은 무엇일까? 이들이 곧 이 나라를 떠난다는 것이 부럽기 까지 하다. 안전 브리핑을 갖고 적을 만났을 때의 지침을 받는 그들의 모습에서 비장함이 흘러 나온다. 난 CONVOY Commander(호송 차량을 이끄는 책임자)에게 시간을 달라 했다. 그리고 Formation 앞으로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지난 몇 개월 여러분들이 보여준 열정과 애국심 그리고 희생은 앞으로 이 나라가 한국처럼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한참 후에 여러분이 이곳을 관광지로 올 수 있을 것이며, 여러분들이 흘린 땀과 피는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비료처럼 이 땅의 약이 될 것입니다.” 라는 짧은 헤어짐의 인사말을 한 후 기도를 한 후 몇몇 군인들과 가벼운 포옹을 하며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꼭 연락하라고 말을 한 후 그들이 차량에 탑승하는 것을 바라 보았다. 하나, 둘씩 차량 안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도 머지않아 저들처럼 이곳을 나가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들이 동시에 시동을 걸고 차량 지붕 밖으로 GUNNER(차량 지붕 위에서 큰 총을 잡고 있는 사수)가 GOGGLE(모래 바람이나 흙먼지를 막기 위해 쓰는 큰 안경)을 쓰고 차량 앞을 응시하는 것이 보인다. 이들은 이젠 부대 밖을 나가 LOCAL 도로에 서면 전투 대형으로 모양이 바뀔 것이다. 긴장과 초조가 한 번에 온 몸을 짖누를 것이고 그로 인해 그들은 굉장히 피곤해 질것이다. 내가 이곳 아프가니스탄에 와서 처음 호송 차량을 타고 나간 것이 기억이 난다. 부대 밖에는 미군을 죽이려는 적들의 세력이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인들은 그 적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민간인들 사이에 섞여 있는 그들을 가려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침 일찍 방탄조끼에 철모 그리고 방화 군복을 입고(전쟁터의 군복은 모두 방화복이다) 잘 깨지지 않는 썬글라스와 장갑을 끼고 차량에 탑승하며 기도했다. 아무런 사고 없이 부대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말이다. 참 이기적인 기도 아닌가? 어제 다른 군인은 이 곳에서 운명을 달리하며 거부할 수 없는 신의 부르심에 응답 했는데 난 지금 살려 달라는 기도를 했으니 말이다. 차량이 부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1호차에서 RADIO CHECK를 하는 소리가 헤드셋으로 들려온다.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호송 차량은 LOCAL 로 나갔다. 길 위에는 많은 차량들 그리고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 차창 밖으로 보여지는 풍경은 낯설었다. 이곳이 뉴스로만 보았던 아프가니스탄이구나. 나무라고는 거의 볼 수 가 없고 흙으로 지어진 집은 쓰러져 가듯 서 있고 길에는 당나귀와 말이 이끄는 마차가 엔진으로 돌아가는 차들과 나란히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길 한 쪽에 그들이 무덤 인듯 형형색색의 깃발들이 놓여 있다. 옛 소련과의 전쟁으로 무너져 버린 건물들. 이 건물들이 피폭된 것만큼이나 이들의 생활과 마음이 상했으리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호송 차량이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더니 경적을 울리면서 달리기 시작한다. 헤드셋으로 CONVOY COMMANDER의 음성이 들리더니 우리의 차들이 이내빠른 속도로 다른 차량들을 밀어내고 달린다. 그리고 어느새 부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멀지 않은 길을 갔다 온 난 방에 들어가 철모를 바닥에 던지듯이 내려놓고 방탄 쪼끼를 입은 채 내 침상에 누었다. 깜박 잠이 든 것이 같아 일어나 보니 새벽 2시경 긴장과 스트레스를 나도 모르게 받았던 것이다. 땀으로 젖었는지 방탄 조끼 안의 군복은 축축한 느낌이다. 이 겨울에 땀이라니 아마도 긴장으로 생긴 것이리라, 나의 첫 번째 호송 행렬은 그렇게 기억에 남았다. 오늘 떠난 이들은 이보다 더할 것이다. 며칠 전 길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한 지역을 그들은 그곳을 지나 4시간 이상을 더 가야 하기에 그들의 안녕을 기도 해 본다. 그들이 떠나고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은 활기차고 즐거워야 하는데 전쟁터에서의 아침은 그렇지 못하다. 어쩜 우리의 삶이 전쟁터이든 아니든 같지 않은가? 아침을 대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밝지 않다. 간혹 밝은 얼굴의 군인을 만나면 그는 오늘 본국으로 휴가를 가는 친구이다. 가족을 만난다는 설레임, 지난 몇 달 동안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것을 해보고 오겠다는 열정, 그리고 이곳을 벗어난다는 기쁨이 그의 얼굴에 하나 가득 담겨 있기 때문에 알 수 있다. 그런 친구를 만나면 잘 놀고, 마음껏 먹고 오라고 인사 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그것이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친구 하나 없다. 아침 메뉴는 언제나 그렇든 똑같다. 다행히도 오늘 커피 향은 그윽하다. 본국에 스타벅스나 좋은 커피 샾과 비교 할 바는 아니지만 마실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 최전방의 전선에는 이마저도 없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커피 한잔과 삶은 계란으로 아침을 해결한 뒤 나의 사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사무실에 앉아 성경을 보고 컴퓨터를 켠 뒤 본국에서처럼 아침 이 메일을 체크 한 후, 하루 일과를 점검하고자 MAYOR 사무실(캠프장을 그렇게 부른다)로 갔다.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을 훈련하기로 한 팀이 조금 후에 떠난다고 한다. 난 그 팀에 합류하고자 따라가도 괜찮은 가를 캠프장에게 물었다. 허락을 받고 장비를 갖춘 후 그들을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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