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에 이어서
우리 군인들은 HUMVEE(군용 지프, 최근 미군 영화에 많이 등장하는 차량)를 타고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은 포드 트럭을 개조한 그들만의 군용차량을 타고 사격장으로 향했다. 부대 밖을 지난 지 얼마 안되어 산악지대로 진입한다. 말이 산악지대인데 나무 하나 없다. 사막처럼 황량한 벌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그 곳 한가운데 차량들이 섰다. 모래먼지가 한 바람을 타고 사격장이라 불리는 이곳을 한 번 훍고 지나간다. 눈을 감고 바람에 등을 대고 서서 얼른 지나가기를 기다리는데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량에서 내려 훈련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순간 창피함과 연약함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편하게 살았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 갔다. 그들은 그들의 삶의 터전이 주는 도전과 자연환경에 순응하면 이길 수 없는 자연은 받아들이며 이길 수 있는 탈레반을 위해 모래 바람 정도는 개의치 않는 것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훈련 교관에게 오늘은 무슨 사격 훈련이냐고 물어 봤다. M16훈련이란다. 훈련을 총괄하는 마스터 서전트가 오늘 훈련에 대해서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안전이 최고다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옆에 있던 통역관이 그것을 통역하며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총기 사용법, 총알을 총탄에 장착 하는 것까지 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때가 됐다. 통역을 하다 보니 시간이 배로 들었다. 점심 배식을 하기 위해 배식차량이 사격장에 도착 했다. 교관 하나가 나에게 물어 본다. MRE(MEAL READY TO EAT의 약자다.)를 먹을래 아님 이들과 같이 아프가니스탄 식사를 할 것이냐고 말이다. 난 아프가니스탄 음식을 먹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 후 배식 줄에 섰다. 난 사실 줄에 서있지도 않고 그들의 배식 트럭 안을 쳐다보았다. 난이라 불리는 그들의 빵과 감자와 양고기를 섞은 스프, 그리고 날라갈 듯한 쌀로 지어진 볶은 밥(그들은 쌀을 기름에 볶는다.)을 배식판에 받아 먹는 것인데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이 나에게 먼저 양보한다. 난 솔직히 아침에 먹은 양이 적어서 배가 고파 던 참이라 그들의 호의를 받아 들이고 그들보다 먼저 배식을 받았다. 미국 사람이라고 나에게 수저와 포크를 주었다. 그것을 받아 들고 Humvee 뒤에 올라탔다. 난 다른 통역관들과 함께 그곳에 앉아 손으로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처럼 손으로 조물 조물 해가며 조그마케 모아 한 입 넣었다. 맛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군대 식사에 조금 식상 했는데 오늘 점심은 별식인 것이다. 그들에게 주식인 것이 나에게 별식이라는 것은 내가 얼마나 편하고 배부르게 살았는지를 알았다. 사실 이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관광 가서 마음 편하게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전에 케냐에 가서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어떤 긴장감도 없이 즐거운 분위기에서 먹었는데 아프가니스탄 군인들과 함께하는 허허벌판 사격장에서의 점심은 즐거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주변을 돌아 봤다. 러시아제 탱크 하나가 지난 시간을 말해주듯 벌판 자락에 덩그러이 녹이 슨 채 누워 있는 것이다. 포는 부러져 땅으로 꼬꾸라져 있고 둥근 탱크의 꼭대기 부분은 구멍이 숭숭 뚫린 채 지난 시간의 아픔을 하소연 하듯 주저 앉아 버렸다. 갈 힘도 없고 망가진 채 늙어버린 모습이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인들의 고통을 말해 주는 듯 하다. 그 탱크 너머 낭떠러지 밑으로 마을이 보인다. 내가 그곳으로 가려 하니까 군인 하나가 막아 선다. 마을에는 가까이 가지 말란다. 혹시 탈레반 저격병이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그래서 난 내 군종병과 가겠다 했다. 그러라 하면서 군인 하나를 더 붙여준다. 낭떠러지 끝자락에서 마을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을 어 귀 한 귀퉁이에 구릉지 같은 곳에 아이들이 신발도 벗은 채 이 싸늘한 초겨울 날씨 속에 맨 발로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나 역시 어린 시절 동네 뒷산에서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전쟁 중이건 아니건 간에 놀 것이 마땅치 않은 아이들은 동네 지형 지물이 놀이터 인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그랬듯이 말이다. 그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서 왜 미군이 탈레반들을 소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산이 많은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탈레반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저렇게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 훈련이 되어 있는 것이다. 산을 타는 것이 말이다. 그들에게 산은 놀이터요 생활 터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평지에서 차로만 이동수단을 택한 우리 미군 들에게는 힘든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순간 스쳐 지나 갔다. 갑자기 사격장 한 쪽 구석에서 군인들이 민간인들을 몰아내고 있었다. 미국과 다른 환경이다.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다. 오직 군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추수철에 참새를 몰아내듯 그렇게 민간인들을 사격장 밖으로 몰아내는 일이 군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민간인들이 사격장에 기웃거리는 것은 탄피 때문이란 것을 통역관을 통해서 들었다. 10개정도의 탄피를 시장에다 팔면 1불 정도의 고철 수입을 얻는다 한다. 한 달에 150불에서 200불 버는 이들에게 1불은 큰 돈이 아닐 수 없다. 군인들이 사격을 끝내고 돌아간 자리에 군인들이 수거를 해도 수거하지 못하는 것들이 남게 되는데 그것을 주으러 온다는 것이다. 참으로 위험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격이 끝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난 군종병과 함께 부대로 돌아왔다. 오후에 할 일들을 하기 위해서였다. 새로 이사온 군인들이 없는지 살펴보고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는 GUARD TOWER와 GATE을 둘러보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