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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자치배움터 네트워크 만들기

세상과 연결되는 자치인 (4)

by 교육혁신가 이현우

어떻게 전국 청소년 자치배움터 네트워크를 만들까?


처음에는 자치배움터 청년 네트워크를 생각했다. 자치배움터를 경험한 이들의 목소리를 모아 힘을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형태를 생각하던 중, 법인 단체 중에 비영리 연대체로서 의미있고 쉽게 설립할 수 있는 조직이 협동조합이었다. 의정부 몽실 졸업생들이 스무살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던 선례도 있어서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막연하게 상상만 하고 있었다.


자문을 구하고자 경기도 고양에 서우철 선생님을 찾아갔다. 자치배움터의 원조격인 의정부 몽실학교를 처음으로 세우고 운영하셨던 분이다. 책과 영상으로 자주 접해서 예전부터 뵙고 싶었는데 드디어 뵙게 되었다. 몽실학교 재구조화 문제 뿐 아니라 자치배움터의 연대체와 미래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전국의 청소년 자치배움터를 모아 연대체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 긍정적으로 대답해주시면서 아이디어도 주셨다. 앞으로 자치배움터 청년들을 지원해주고 싶다고 말씀해주셔서 힘이 났다. 추상적이었던 계획에서 나아가 본격적으로 자치배움터 연대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면 캡처 2025-12-02 010221.png 몽실학교 꿈짱 만남


초기에는 몽실학교 졸업생들이 모여 스무살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듯, 각 지역의 자치배움터 학생과 청년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고자 하였다. 무작정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마침 그 시기에 성기신 선생님께서 여름방학에 선학중학교 마을엔(학교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주제로 진행되는 교직원 연수에 초대해 주셨다. 덕분에 전문가들에게 사회적협동조합, 학교협동조합의 의미와 조직 방법을 배웠다.

20220817%EF%BC%BF124807.jpg?type=w3840 사회적경제 연수 수강


이후에 협동조합을 조직하기 위해 책을 사고, 실제 설립에 필요한 절차들을 알아보며 초기 발기인도 모아봤다. 광주에 가서는 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이라는 협동조합 도움 기관에 자문을 구해 보았다. 그런데 협동조합에 대해 알아가고 준비를 하면 할수록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자치배움터와 모여서 함께 의논하고 관계를 구축하려고 한 것이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만들어서 일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느슨한 연대체를 조직한다면 협동조합의 형태로는 운영하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협동조합의 형태는 포기했다.


견문을 넓히고자 다른 지역이 자치배움터를 탐방했다. 김포의 몽실학교 군포의 자몽 등 새로운 자치배움터를 탐방할 때마다 새로운 특징과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시간을 내기 쉽지 않았다. 틈만 나면 자치배움터 연대를 고민했다. 평일에는 대학을 다니고, 주말에는 은하수에 갔다. 개교기념일을 이용해 당일치기 전국일주를 감행하기도 했다. 아침에 광주(삶디)에서 출발해서 전라북도 어울누리(익산), 야호학교(전주)를 방문했다. 각 기관 소개를 듣고,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본론을 꺼냈다. ‘사실 제가 온 이유는 제안을 드리고 싶어서인데요…’


자치배움터 연대 이야기를 꺼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스러울 법 하셨으나, 공감해주셨다. 지지해주시며 ‘우리도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고,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기꺼이 함께하고 싶다고’ 답변하셨다.

20220929%EF%BC%BF121409.jpg?type=w3840 전국 청소년 자치배움터 연대 제안


저녁에는 서울로 이동해 혁신학교졸업생연대 ‘까지’ 대표단을 만나 자문을 구했다. 혁신학교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졸업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조직체다. 자치배움터 네트워크와 비슷한 결이라 조직의 구성과 운영 등에 많은 조언을 얻었다.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무언가 허전했다. 그냥 놀러 다닌 것 같았다. 전문성이 없었다. 자치배움터가 뭉쳐야 한다면 자치배움터란 무엇인지, 뭉치는 게 얼마나 효과적인지, 자치배움터의 교육적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정의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이 없다면 그저 자치배움터를 관광지 삼아 놀러다닌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선 연구가 필요했다. 마침 그 시점에 청소년특별회에서 전국의 위원들끼리 관심 주제로 탐구할 수 있는 위원연구회가 만들어졌다. 나는 학생자치분회를 만들어서 청소년 자치배움터를 주제로 잡고, 총 3명이 위원들과 연구하기 시작했다. 사실 연구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라, 독서 스터디(몽실학교 이야기)와 자치배움터 논문 읽기, 17개 청소년 자치배움터의 개요 정리, 분석 및 의미 도출 정도였다. 그렇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1671796488757.jpg?type=w3840 위원연구회 학생자치분회 발표


자치배움터를 리스트화하고 담당자를 인터뷰하며 자치배움터의 요소와 맥락을 알 수 있었다. 예전부터 자치배움터 개요를 정리하고 싶었는데 양이 많아서 혼자서는 염두도 못 내고 있었다. 함께 지속적인 모임을 갖는 위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할 수 있었다. 이제는 조금이나마 17개의 자치배움터를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화면 캡처 2025-12-02 010419.png 전국 청소년 자치배움터 리스트 정리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그 무렵, 광주 삶디에서 5개의 자치배움터가 모이게 되었다. 삶디와 은하수, 다가치, 몽실, 자몽에서 운영지원팀 교사가 2~3명씩 와서 10명 정도가 모였다. 모임은 1박 2일 동안 진행되었는데 기숙사에서 자전거로 10분 거리라서 편하게 오고 갈 수 있었다. 각 자치배움터를 소개하고, 자치배움터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비슷한 고민이 많아서 서로 영감과 격려를 얻었다. 특히 올해 은하수학교 운영지원팀 인원이 감축된 상황에서 군산 자몽의 길잡이교사 ‘헬퍼’ 시스템은 큰 영감을 주었다. 역시 서로 다른 자치배움터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면 발전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자치배움터 연대를 구성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모임이 끝나기 전, 5곳의 자치배움터 선생님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생겼다. 전국 청소년 자치배움터 연대에 대해 ppt를 준비해서 필요성을 강조했고, 기존에 교사 중심으로 모여있던 전국 청소년 자치배움터의 운영 실무자 톡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다음번에 다른 지역에서 자치배움터 모임을 개최해 보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대체를 추진할 기회가 생겼다.

1670668398370.jpg?type=w3840 삶디에서 각 실무자들에게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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