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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청소년 자치 주도 활동 컨퍼런스

세상과 연결되는 자치인 (5)

by 이현우 Feb 15. 2025

삶디에서 “전국 청소년 자치배움터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제안을 나눴다. 그 말을 들은 다가치학교의 얼룩님이 이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듬해 6월, 얼룩님과 나는 본격적으로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내린 결론은, 이 네트워크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국의 청소년 자치 활동가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전국에서 활동는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모이는 공론장을 마련하면 어떨까?”


그렇게 아이디어가 바로 ‘전국 청소년 자치-주도 활동 컨퍼런스’였다. 이 컨퍼런스는 단순히 정보나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각 지역의 자치배움터들이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고,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걸음은 쉽지 않았다. 


첫 번째 고민은 예산이었다. 우리는 이미 각자의 기관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따로 예산을 마련하는 일이 큰 도전이었다. 은하수학교와 다가치학교는 그 자체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고, 추가 예산을 구하는 일은 더욱 어려웠다. 그런데도 다행히 기적처럼 하나둘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산 확보를 위해 우리는 은하수학교와 다가치학교가 각각 가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나누기로 했다. 공간을 다가치학교에서 제공하고, 물품과 식사는 은하수학교가 맡기로 했다. 각 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물품을 준비하거나, 여러 기획과 준비 작업에 참여하며, 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컨퍼런스를 실현하기 위해 또 하나의 큰 도전은 바로 기관에게 참여 협조를 구하는 일이었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네트워크였기에, 전국의 자치배움터와 청소년 관련 기관에 참여를 요청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공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협조를 구했지만,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 개인적으로 각 기관에 연락을 돌리고, 하나하나 다가가며 네트워크의 의미와 중요성을 설명하며 모집했다. 지역별 교육청 비서실과 수십 번의 전화 통화를 통해 축사도 받았고, 이로 인해 네트워크의 신뢰도와 중요성을 널리 퍼뜨릴 수 있었다.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데 그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된 것은 은하수학교와 다가치학교의 길잡이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획단을 만든 일이었다. 이들은 각자의 바쁜 일정을 쪼개며 준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기획단은 컨퍼런스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많은 논의를 거쳐, 퍼실리테이션, 서클,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구성했다.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컨퍼런스의 전체적인 흐름을 만들어 나갔고, 그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행사에 풍성함을 더했다. 기획단과 즐겁게 준비하던 순간이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컨퍼런스 전날, 가장 큰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태풍 카눈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 상황에서 우리는 많은 회의를 거친 끝에, 안전을 고려해 행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컸다. 그동안 준비한 모든 것이 허무하게 끝날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는 단지 컨퍼런스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네트워크 자체가 강하게 뿌리 내리기 위한 첫 번째 시험을 겪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태풍이 지나가고, 겨울이 되어서야 다시 모였다. 이전보다 더 강한 열정과 결단력이 느껴졌다. 이 경험은 우리가 단순히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했다.


그렇게 2024년 1월, 컨퍼런스가 개최했다. 걱정과 달리 1박2일 간 총 250여 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모두가 오랜 시간 기다린 만큼, 각자의 열정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 모였다. 토크콘서트와 주제별 공론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참석자를 중심으로 한 소통과 교류에 초점을 맞춘 컨퍼런스였다. 전국에서 고군분투하는 활동가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우리는 우리의 네트워크 이름을 ‘우주(would you)’로 정했다. 우리가 서로 다른 곳에서 자치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하나의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우리는 네트워크의 첫 발을 내디뎠고, 앞으로 더욱 많은 활동과 교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 네트워크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도 청소년 자치배움터들이 서로 협력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며, 우리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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