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내일을 바꾸는 설계도를 그려라

by 교육혁신가 이현우


1. 시간을 인식했다면, 이제는 설계해야 한다

시간을 잘 설계해야 한다. 하루 24시간, 주 7일, 복무기간 550일. 이 모든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 자산이라면, 그 자산을 어디에 투자할지를 정하는 게 ‘계획’이다.


군 생활은 정해진 일과 속에서 반복되고, 외부 자극이 제한되어 있다. 그 안에서 나만의 성장 경로를 설계하려면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계획 시스템이 필요했다. 단순히 ‘열심히 살겠다’는 막연한 결심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계획을 큰 틀에서 작은 단위로 쪼개 보기로 했다. ‘비전 → 연간 → 월간 → 일간’의 흐름으로, 말 그대로 삶의 구조도(Structure)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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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전 ― 군성장기, 64칸 만다라트의 시작

가장 먼저 세운 것은 ‘비전맵’이었다. 그냥 ‘성장하고 싶다’는 추상적 목표로는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 프로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사용했다는 ‘만다라트(Mandal-Art)’ 기법을 활용했다. 중앙에 핵심 키워드를 두고, 이를 둘러싼 8칸의 세부 목표를 확장해 나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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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에 ‘군 성장기 프로젝트’ 라는 이름을 붙였다. 64칸의 만다라트 표 한가운데에 ‘성장’을 두고, 그 주변엔 세 가지 핵심 축을 적었다. 이렇게 총 64칸의 표를 채워넣고 나니, 막연했던 “성장”이라는 단어가 구체적인 설계도로 바뀌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목적’과 ‘목표’를 구분하는 것이다. 목적은 ‘내가 왜 이것을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다. 목표는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단계별 실행 항목’이다.


예를 들어 ‘경제 공부하기’가 목적이라면 ‘재테크 서적 읽고 정리하기’는 목표다. 목표는 매일의 행동으로 측정 가능해야 한다. 이 차이를 인식하면, 계획이 단순한 다짐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실행 루틴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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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간 계획 ― 방향을 잃지 않게 하는 지도

비전을 세운 후, 나는 이를 연간 계획표로 확장했다. A3 용지에 표를 만들고, 군 복무 전체 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시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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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계획을 세울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부대 일정’이다. 훈련, 일과, 파견 등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그래서 일정을 세울 때는 늘 “1순위는 부대, 2순위는 나”라는 원칙을 세웠다. 부대 일정이 먼저 정리되어야, 나만의 계획을 무리 없이 조정할 수 있다. 그다음은 분기별·월별 큰 목표를 설정했다. 만다라트에서 설정한 핵심 키워드를 연 단위로 배치한 것이다. 이렇게 큰 줄기를 세워두면, 매달 계획을 수정하더라도 방향은 흔들리지 않는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출타(외출·휴가) 계획이다. 대부분의 병사들은 ‘쉬러 나간다’에 집중하지만, 나는 ‘배우러 나간다’로 바꿨다. 휴가를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프로젝트 기간으로 설정한 것이다. 멘토 인터뷰, 교육기관 방문, 미술관 탐방, 서점 답사 등. 각 출타를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재구성했다.


마지막으로 연간 계획에는 ‘세부 프로젝트’를 넣었다. 예를 들어 ‘자격증 공부’, ‘독서 50권’, ‘음악 멘토링’ 같은 개별 항목을 일정표에 배치했다. 계획표 덕분에 나는 군 생활을 ‘맹목적 루틴’이 아니라, ‘명확한 지향점이 있는 여정’으로 살 수 있었다. 계획은 완벽함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방향을 잃었을 때 다시 출발점을 알려주는 ‘지도’다.



4. 월간 계획 ― 현실에 맞게 조정하라

군 생활은 예상치 못한 변수의 연속이다. 작전, 점검, 근무, 행사 등으로 일정은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 나는 ‘연간 계획’을 고정된 지도가 아니라, 매달 갱신되는 라이브 시스템으로 관리했다. 매월 초, 지난달의 활동을 돌아보고 ‘이번 달은 어디에 집중할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주요 행사 및 훈련 일정, 출타 및 휴가 계획, 이번 달 목표 (학습·운동·독서 등), 개선 영역 (지난달 피드백 기반)


이 네 가지 항목을 매달 정리했다. 특히 ‘군성장기 만다라트’의 64칸 중 어떤 부분을 강화할지 표시했다. 예를 들어, 4월엔 ‘체력 관리’에, 6월엔 ‘자격증 준비’에 집중하는 식이다. 이렇게 매달 점검하니, 계획이 단순한 표가 아니라 자기 점검 도구로 바뀌었다. ‘계획을 세운다’는 건, 결국 ‘스스로의 성장률을 관리한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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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일간 계획 ― PDS 다이어리로 실천 루틴을 만들다


군대에서 처음 다이어리를 접한 건 훈련소였다. 입소 첫날, ‘소중한 나의 병영일기(소나기)’라는 작은 노트를 받았다. 그 안엔 매일의 일과와 감정을 기록하는 공간이 있었다. 그때 처음 ‘기록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배웠다.


자대에 와서는 PDS 다이어리를 직접 구매했다. PDS란 ‘Plan – Do – See’의 약자로, 계획하고(Plan), 실행하고(Do), 성찰하는(See) 일일 관리 시스템이다. 매일 전날 밤, 1)오늘의 목표 2)우선순위 3)할 일 목록을 적었다. 하루가 끝나면, 1)오늘의 실행 점검 2)배운 점 3)내일의 개선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 과정을 통해 단순한 할 일 관리가 아닌 자기 피드백 루틴이 생겼다. 주말엔 일주일 단위로 요약하고, 월말엔 한 달 치를 돌아봤다. 이 주간·월간 루틴은 이후 ‘일기 쓰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6. 계획은 미래를 설계하는 기술이다

처음엔 거창하게 보였던 계획표가, 어느 순간 내 생활의 기본이 되었다. 군대에서 계획은 ‘시간 관리’가 아니라 ‘자기 관리의 기술’이다. 계획이 없었다면 나는 하루하루를 흘려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계획이 있었기에, 흐름 속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모든 만다라트 계획을 실천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 예상치 못한 근무나 일정 때문에 계획이 무너질 때도 많았다. 하지만 계획은 완벽함이 아니라 방향성을 위한 것이다. 계획이 있었기에 길을 잃지 않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 다음 장에서는, 이 ‘계획’이 어떻게 ‘기록’으로 이어지고, 기록이 다시 ‘성찰’로 연결되는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그것이 군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성장 루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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