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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송 박현우 Dec 06. 2018

엄마에게 쓰는 편지_#3_2018_12_5


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엄마가 목요일 새벽(22일)부터 위독하다고 하여 토요일 날 두 며느리들이 엄마가 준비해 놓은 수의壽衣를 찾아서 풀어보았더니 “1998년 7월 22일(윤 5월 29일) 조원순”이라고 아버지가 큼지막하게 쓴 글씨가 보이네. 엄마와 아버지는 20년 전인 66살 때에 벌써 壽衣를 준비해 놓으셨네. 엄마의 준비성에 경의敬意를 표해요. 집사람과 나는 전혀 그런 거 준비할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엄마처럼 우리도 壽衣를 준비 해야겠어. 2년 후면 나도 엄마가 壽衣를 준비해 놓은 나이가 되.


엄마는 돌아가시기 삼일 전부터 약물을 많이 투여 받았어. 그런데 그 약이 배출이 되지 않아 몸이 많이 부었기 때문에 장례지도사가 유족들은 퉁퉁 부은 엄마 몸을 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며 壽衣를 입으신 다음에 보라고 했어. 


엄마가 수의를 다 입으신 뒤에도 21개의 매듭을 하고 이런저런 절차가 많았어. 마지막으로 머리를 씌우기 전에 장례지도사가 고인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라고 해서 “엄마 좋은 곳으로 가세요!”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많이 났어. 우리 가족 모두 엄마가 아프지 않은 곳에 가서 편히 잘 사시라고 하면서 많이 울었어. 집사람이 더 많이 물었어. 엄마가 병원에 계시면서 쓸데없는 고집을 많이 부려 엄마에 대한 불평도 많이 했었는데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은 제일 크더라. “삼형제가 다투지 않고 잘 살 테니 걱정 마시고 어머님 아프지 않은 곳으로 잘 가시라고” 하면서 울더라. 엄마도 들었겠지? 


엄마는 壽衣로 염습殮襲을 하고 예쁜 꽃으로 장식된 관속에 들어갔어. 장례지도사가 염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形式은 사람의 情神을 담는 그릇’이라는 확신이 들었어. 염습殮襲 할 때 살아 있는 사람이 일상에서 하던 格式과 같은 방법으로 하는 모습을 보면서 亡者를 품격 있게 염라대왕님께 보내는 유교식儒敎式 절차節次에 놀랐어요. 


그리고 금사경金寫經으로 유명하신 허락 선생님이 쓰신 반야심경般若心經을 따님 편에 보내와 엄마의 관에 넣어 드렸어. 엄마 좋은 곳으로 가실 거래. 그런 귀한 金寫經 般若心經을 받으신 걸 보면 엄마가 福이 참 많은 거야.

수의를 곱게 단장하여 입고, 얼굴에 화장도 하고 가니까 좋지?


엄마가 우리 보다 먼저 간 그 黃泉길은 어떤 길일까? 궁금해 해도 알 수 없는 길이지. 이승과 이별하고 갈 때만 알 수 있는 길이라는 건 나도 알지만 엄마가 가는 길이라 더욱 궁금하지. 궁금해도 알 수는 없지.


장례지도사가 요새는 장례문화가 바뀌었다고 하면서 관 뚜껑을 닫기 전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주어서 곱게 차려 입은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어. 


곱게 차려 입고 염라대왕님 앞으로 내일 떠나는 엄마와 발인 때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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