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는 참 복이 많으신 것 같네. 오늘 천주엄마랑 연신내에 있는 열린 선원이라는 곳에 가서 놀라운 경험을 하고 왔어. 열린 선원 포교당은 역촌동 시장안에 있는데 교회와 붙어 있어.
엄마가 하늘로 돌아가셨을 때 법현스님이라는 분께 연락을 했더니 11월 26일 외국으로 나가시는 바쁜 일정인데도 오셔서 독경을 해 주시고 가셔서 답례 인사를 갔었어.
그런데 오늘 열린 선원에서 조상님 합동 천도추선공양薦度追善供養과 크리스마스 축하법회도 하는 바람에 합동 천도재도 지내고, 스님 설법도 듣고, 목사님 설교도 듣고, 「기쁘다 구주오셨네」와 제목이 기억이 안 나는 찬송가도 함께 불렀어. 목사님은「예수보살과 육바라밀」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셨는데 절에서 목사님의 설교를 들어 보는 것은 난생 처음이야. 오늘 설교를 하신 목사님은 어느 기독교 신도가 절의 불상을 훼손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였다가 대학에서 쫓겨나서 가나안 교회를 세워 목회활동을 하시고 계신다네.
이웃종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이런 목사님과 스님들이 계시니 앞으로는 이웃종교와의 불협화음이 많이 줄어들 것 같아. 열린 기독교인들이 많았으면 참 좋겠는데 닫힌 마음의 기독교인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이 아쉬워. 난생 처음으로 절에서 목사님의 설교도 듣고 찬송가도 불러보았어. 이런 첫 경험은 모두 엄마가 하늘로 돌아가신 뒤에 겪어 보는 거야.
오늘 합동 천도제에서는 바라춤도 추고, 회심곡回心曲도 했어. 엄마는 하늘로 돌아가시면서 법현스님이 해 주시는 독경도 들으시고, 시몽스님이 하시는 영가법문靈駕法文도 들으시고, 허락 선생님의 金寫經 般若心經도 받으시고, 교회에 다니는 손주가 유교식으로 절하는 것도 받으시고, 나를 통해 미륵반가사유상彌勒半跏思惟像을 인천의 大福寺에 봉헌奉獻 하게 하시고, 회심곡과 바라춤도 하는 천도재를 받으시고, 열린 선원에서 목사님의 설교도 들으셨어.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공덕을 받을 수가 있는지 이해가 안가.
이 모든 것이 엄마가 생전에 지극정성으로 기도하시던 공덕이 크고, 사시면서 허튼 돈 쓰지 않고 구두쇠로 모으신 돈이 좋은 곳으로 회향하시기 때문이야. 나도, 아니 우리 가족 모두 엄마처럼 하늘로 돌아가면서 멋진 회향을 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줘요.
내일은 엄마가 아끼고 걱정하던 큰 손녀 천주가 독일에서 오는 날이야. 아버지가 연하곤란嚥下困難으로 혹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하루라도 빨리 보게 하고 엄마 49재도 참여하게 하려고 오는거야. 이제 박사과정의 마지막 단계인데 엄마 덕분에 4년 만에 휴가를 한 번 얻어 오네. 엄마 보고 가면 박사과정 마지막 논문 빨리 쓸 수 있도록 도와줘 알았지? ㆍ
내일 공항에서 천주만나 점심 먹고 普光寺로 엄마 찾아뵈러 갈께. 엄마 내일 봐요. 천주가 몸 컨디션이 좋으면 분당에 가서 아버지도 뵙고 올께.
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