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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해 Jan 20. 2023

글아일체, 글과 하나가 되다

신청서를 작성해 낼 때마다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단 사실을 마주한다.
약간은 초라하고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전엔 그나마 직장 이름이라도 적었지.
이제는 정말 없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할 수 있다.
잘 쓰든 못 쓰든, 그냥 쓴다.

온전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면,
시작부터 포기했을 터.

하지만 나는 나를 위해서 쓴다.
살면서 생기는 온갖 근심걱정들이
글을 쓰기 시작하는 순간혀진다.

인간관계, 돈 걱정, 진로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은
글쓰기라는 행위 앞에 항복을 외치며 무릎을 꿇는다.

글과 하나가 된다.
내가 글인지 글이 나인지 모를 정도로 흠뻑 빠져든다. 

고요해진다.

세상살이 온갖 번뇌들은
그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지 못한다.

글쓰기에 심취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생각을 토해내고
이성을 되찾고 나면 써낸 결과물에 경악한다.

 '역시 쓰레기 같은 글을 써냈군.'

갈등한다.
남들이 눈길 하나 주지 않을지도 모를
이 글을 쓰는 게 맞는 걸까?

그럼에도 계속 무언가를 써낸다.
글쓰기는 정신없는 삶 속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안식처와 같으니까.

완벽하지 않아도 아니,
그것도 모자라 형편없는 글을 써내더라도
펜을 들 수 있는 순간까지는 평생 글을 쓰고 싶다.

작가라는 이름표는 무겁지만,
매일 글을 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무게를 견딜 자격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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