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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해 Dec 16. 2022

학벌과 직종은 나를 책임져주지 않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돈을 잘 벌고 싶어 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누구나 적은 돈보단 더 많은 돈을 원할 테니까.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연봉이 올라가는 수밖에 없는데, 그건 나의 권한이 아니지 않은가? 망할 사장은 직원들이 떠나지 않을 정도의 절묘한 액수로 급여를 준다. 


“우리는 업무 강도가 이 정도인데, 돈은 왜 아르바이트할 때보다 못 받는 거야? 내가 여기서 5년이 되도록 불만 하나 표출하지 않고, 다녔는데도 말이야. 사장은 자기네 이익 챙기기만 바쁘지. 그 탓에 회사 동료들이 계속해서 하나 둘 빠져나가고 있잖아. 남아 있는 사람들만 업무 과부하로 죽어가고 있어.”


이것은 친구 그리고 직장동료와의 술자리에서 하는 나의 단골 멘트였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자주 꺼내는 불평불만이었다. 나의 연봉은 겨우 최저임금을 웃도는 연봉이었다. 그렇다고 경력이 쌓일수록 돈이 많이 오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마저도 돈이 오른 만큼 세금을 떼기 때문에 이게 과연 오른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불평하고 오너들을 비난하면서 늦은 저녁시간을 보낸다. “오~ 드디어 집 도착이다!” 술기운에 기분이 한층 업된 나는 비틀비틀 거리며 집에 도착한다. 


얼마나 잤다고 벌써 알람이 울리나 싶었다. ‘피곤해 죽을 거 같아. 벌써 출근할 시간이라니.. 불행한 내 인생’ 그토록 비난하고 불평불만했던 그 회사로 발길을 향한다. 늘 그랬듯이. 이럴 줄 알았으면, 학교 다닐 때 공부 더 열심히 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면 일의 선택지는 더 넓었을 것이고, 어쩌면 그 빌어먹을 사장 짓을 내가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한 결과로 향후의 진로가 모두 결정된다는 현실이 의아하고 불만스러웠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뭐 어쩌겠는가! 이 일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지금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하고, 번 돈을 악착같이 모으는 일이야.’ 나는 언제나 그래 왔듯이 예전에 듣고 배워온 이야기들을 성실하게 믿고 따랐다. ‘인생은 원래 고통의 연속이야. 성공하려면 죽어라 일하고 악착같이 살면 돼. ’그 믿음은 나를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악착같이 일하게 만들었다. 나의 상사와 동료들은 지나가면서 항상 말한다. 


“아이고~ 왜 그리 열심히 해. 그러다 쓰러지겠어. 적당히 해.”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굴레를 끊을 수가 없을 거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열심히 배우고 업무능력이 향상되어도, 사장은 이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뭐 안다고 해도 당연시 여기며, 똑같이 돈을 줄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계속하면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뤄낼 수 있을까?’ 약간은 심오한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5초 만에 답이 나온다. ‘허허.. 아니. 절대 안 될걸.’ 나는 또 선택을 내린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야. 그러면 결혼을 포기하자!’ 그렇게 나는 삶의 몇몇 부분들을 하나 둘 포기하기 시작했다. 


내게 돈이 없고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이 없단 생각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인생은 왜 이리 고달픈 걸까? 대체 행복이란 내 삶에 존재하는 감정이긴 한 걸까” 나는 이렇게 불평과 남 탓만 하면서, 쳇바퀴만 열심히 굴리는 패배자의 삶을 살고 싶진 않았다. 


“FIRE족? 나도 하고 싶다. 근데 이런 일을 하면서 어느 세월에 경제적 독립을 하지?” 



하지만 돈을 어떻게 하면 많이 벌고 모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본 적도 공부해본 적도 없었다. 상식적으로 돈을 많이 벌려면, 그에 상응하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관련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왜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을까? 


첫 번째는 이러한 생각조차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학벌과 스펙, 그리고 직종이 돈벌이를 결정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 믿음이 있으면,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학력을 이제 와서 바꾸기란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직종을 갖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 새로운 것을 배우고, 능력 향상을 위한 시도와 노력도 하지 않게 된다. 과연 이 믿음은 사실일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까지는 어느 정도 들어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전혀 들어맞지 않는 믿음이다. 


요즘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에 맞는 대가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어느 직장에 속해있지 않아도 말이다. 심지어 집에서, 인터넷 하나만으로 가능하다. 그러니 내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능력만 키울 수 있다면, 돈 벌이는 전적으로 나의 능력에 달린 일이다. 그렇다면 능력을 어떻게 계발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인터넷 하나로도 가능하다. 온라인 클래스들이 무수히 많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니깐. 배우고 싶은 일, 계발하고 싶은 능력이 있다면, 적은 비용, 짧은 기간에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나는 세상의 이런 변화가 너무나 놀라웠다. 내가 얼마나 좁은 울타리 안에서 갇혀 살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으며,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겠다는 희망과 가능성이 나의 활력을 되찾아 주었다.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이제는 마음을 끄는 것이 있다면, 일단은 배움의 장으로 뛰어든다. 그런 도전에는 큰돈이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바로 업으로 해야겠다는 부담은 내려놓는다. 배워놓으면 분명 어딘가에 쓰일 거라는 사실을 알기도 하고, 취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에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들며,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다 보면, 생각보다 잘 맞고 나름 즐길 수 있는 일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그 일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나에게는 이런 글쓰기가 나의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일기로 시작해서 그냥 써지는 대로 썼다. 단 한 번도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고 느껴본 적도 없다. 처음엔 어렵기만 했지만, 하다 보니 재미가 붙었고, 지금은 책 집필로 이어졌다. 책이 잘 안 팔리면 어쩌냐고 물을 수 있다. 괜찮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의미 있는 도전이니까. 책을 썼다는 것 자체가 나의 고정관념과 한계를 깨부순 일이니까. 그리고 무엇이든 진심과 열정을 담아 진득하게 파면, 결국은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안다. 


지금까지 그럴만한 성과가 없다면,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럽다면, 이제까지 해왔던 행동들과는 좀 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결국 행동만이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불평하고 비난하고 세상 탓, 상사 탓을 해도 바뀌는 건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지 않는가. 결국 남는 건 나의 고통뿐이다. 그러니 불행해 보이기만 하는 이 현실을 바꾸고 싶다면,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지금껏 내가 이렇게 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믿었다. 삶의 책임이 나에게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 책임을 현실 세상과 사장에게 돌렸다. 나는 그저 피해자 행세를 하며, 바꾸려는 시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계속 불만족스러운 이 자리에 몇 년째 계속 서있기만 할 뿐이다. 


나는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 내 삶의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선택하고 행동해온 것의 결과물일 뿐이라고. 그러니 이젠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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