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이즐넛 Mar 01. 2021

[2월에 쓴 글] 눈 오는 날 배운 일을 대하는 태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것

사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12시에 퇴근 버스를 타고 집에 갔다. 건물 밖으로 나갔을 때 다른 버스들은 도착했는데 머피의 법칙처럼 잠실행 버스만 오지 않고 있었다. 원래 출퇴근용이라 점심시간에 긴급하게 부른 버스는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마침 눈이 오고 있었다. 흩날리는 눈발을 보며 우산도 없는데 집에 어떻게 가지라는 걱정도 해보고. 한편으로 쌓인 눈을 밟아 생긴 발자국을 보며 '음 이 신발은 발자국이 예쁘게 나는데' 하고 감탄도 했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때우면서도 사실 시선은 빈 버스 자리를 보고 있었다.


슬슬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에 조바심이 나려는 찰나, 버스를 총괄하시는 분이 표정을 읽기라도 하신 듯 뛰어오셔서 지금 잠실행 버스가 오고 있다고 말해주셨다. 환하게 웃으시면서 안심해도 된다는 제스처를 보내주셨고, 우산도 없이 눈을 맞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니시는 모습에서 짜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모습에 나도 더 이상은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기다렸다.


갑작스러운 비상호출에 일하는 게 달갑지 않을만한데 기다리는 서너 명의 사람을 더 신경 써주시고 있었다. 기쁜 자세로 맡은 일을 대하는 자세와 책임감이 다가왔다. 호탕하게 웃으시면서 '오고 있습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해주시는 그 모습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그 일에 책임감을 가지는 것, 그로 인해 타인에게까지 좋은 에너지가 전달되는 영향력. 정말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가 지향하는 모습이 이런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눈 위에 새겨진 발자국에 기뻐했다.


작가의 이전글 단상: 졸업하는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