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팀에 인력 변동이 많았다. 입사한 이후로만 쳐도 거의 반 이상이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었다. 나가고 들어오고 옮기고 들어오고 다시 나가고.
그중에서도 사람들은 적당한 이별의 멘트를 날리고 적당히 감사했다고 인사를 남긴다. 모든 것이 적당하게 미지근하다. '너 때문에 정말 좋았고 만나서 행복했어, 또는 너는 정말 싫었어 정말 힘들었어'처럼 과한 인사말 없이, 깔끔하고 어른스럽게 인사하는 쿨한 그들이 어쩐지 멋있어 보였다. 지금의 나라면 온갖 부사와 느낌표와 이모티콘을 날리며 감정을 전하려고 질척댈 것이다.
얼마 전 퇴사하신 익명의 선배에게도 나는 그동안 감사했다며, 만나서 정말 정말 좋았고 아쉽다며 카톡을 보냈다. 10분쯤 흐른 후 그는 너무 과하지도 않고 정이 없지도 않으면서도 적당히 따스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이른바 어른 같은 답장을 보내왔다. 내가 먼저 보낸 느낌표와 이모티콘이 부끄러웠고, '너무', '정말'과 같은 부사들은 내 감정을 숨기긴커녕 더 강조하고 내민 것 같아 어리숙해 보였다. 나도 연차가 쌓이면 이렇게 어른스러운 말을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될까? 감정을 조금 더 매끄럽게 표현하게 될까? 그러면서도 동시에 전하고픈 말은 여지없이 전하고 싶은 사람이고 싶은데 아무래도 아직 짬(?)이 한참 부족한 듯하다.
그전에 수없이 나간 사람들 중 두 명의 선배는 나가기 전에 내게 해 준 말이 일치했다.
"네가 제일 중요해. 너만 생각해"
"남 생각은 하지 마"
만약 내가 도덕을 좋아하고 윤리에 심취한 학도라면 이 얘기를 듣고 그건 공자가 화내고 맹자가 열불 낼 소리라며 화내거나 심통난 표정을 지었을 텐데(물론 그렇게 나댈 가능성은 없다)
이 말을 해준 것만으로도 나는 그 순간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다니!'하고 오히려 그들이 너무 든든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그 말을 고마워하는 내가 낯설어서 조금 서글펐다.
암튼 거북이 노래 '빙고'에서 쉽살재빙처럼 쉽게 살아가면 재미없다는데 요즘은 그냥 좀 재미없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