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유 Mar 03. 2019

괜한 감정이입

마지막으로 본 두 사람의 모습은 여느 연인과 다를 바 없었다.

K가 얼마 전 애인과 헤어졌다는 사실을 오늘 알게 됐다. 우리 커플과 더블데이트를 한 바로 다음 날 헤어졌다고 한다.

이별의 표면적 이유는 터무니없었지만, 그들만 아는 본질적 이유는 분명히 존재할 터였다. 정확히 말하면 각자 다르게 느꼈을 결별의 사유. 그러나 두 사람은 그 내용은 서로 몰랐을 거고 이해하려고도 안 했을 것이기에 그렇게 쉽게, 고작 3개월만에 합의하에 깨끗하게 헤어졌을 것이다.

이상하게 씁쓸했다. 그들은 이별하기 전날까지 여느 연인들과 다름없이 손을 잡았고 스킨십을 했고 우리 커플과 더블데이트를 했다. 세상 어떤 연인들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두 사람의 모습은 분명 그랬다.

근데 그랬던 두 사람이 갑자기 나온 이별의 말에 서로 등을 돌리고 제 갈길을 가버리는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랑 가득한 텍스트와 이모티콘으로 서로를 불렀을 카카오톡 방을 지워버리고,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을 번호를 지워버리고, 다시는 말을 섞기는 커녕 만나지도 않게 되겠지.

사실 K는 그 상대를, 사랑까지도 아니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상대방 역시 K를 사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아주아주 깔끔하게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사케처럼 시원하게 헤어졌을 터다  

그렇지만 그들은 연인이었다. 백일 가까운 시간 동안 손을 잡고 다니고 스킨십을 하고 데이트를 하고 카톡과 전화로 일상을 공유했던 사이였다.

근데 서로 사랑도 하지 않았으면서 왜? 어떻게?

그들의 이별 소식을 듣고 나는 내가 실연이라도 당한 것처럼 마음이 허해졌다. K보다 10살이 어렸던 그 상대가 K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는 이랬다: “헤어지자. 오빠는 날 안 좋아하는 것 같아.” K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끝났다. 벌써 열흘 전 이야기다.  

내가 지금 이렇게 괜히 감정이입해서 마음이 아픈 건 서로를 사랑하지 않아 보이는 그 커플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 있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들이 어떻게 헤어졌는지 들어서 그런 건지 둘 다인지는 참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간에 이런 이별 이야기는 씁쓸하기 그지없다.


* 2018년 여름, 개인 블로그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